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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석 Jun 30. 2022

2022년 상반기 독서 결산

1월부터 6월까지 18권



아주 어렸을 때 매주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중학생이 되었을 즈음부터는 책을 멀리하다가 작년부터 다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데, 독서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함도 있지만 누군가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물론 그 경험을 직접 해본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 생각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18권의 책을 읽었고, 디자인 외에도 철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실무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경험이나 웹 상의 아티클로 충분히 배웠고, 이제는 삶 또는 그 무언가에 대해 탐구하고 고민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철학이나 인문학 책도 많이 읽으려 하고 있다.


1월
-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
- 사용자를 사로잡는 UX/UI 실전 가이드
-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

2월
- Deep Work
- 완벽하지 않은 스무 살을 위한 진짜 공부
- 단순함의 법칙
- 피로사회

3월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Data-Driven UX
-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

4월
- 디자인 싱킹
- 그냥 하지 말라
- 일을 잘한다는 것

5월
-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 마음의 여섯 얼굴
- 브레이킹 루틴

6월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폴 랜드의 디자인 생각





1월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부터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디자인까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앞부분은 최근 1~2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다뤄서 대략적으로 미래를 상상해보게 해주었다. 기억에 남는 현상은 미국의 배달의 민족이라 불리는 '도어대시'가 팬데믹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지만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다. 당장 나도 쿠팡이츠를 자주 사용하는데 배달료가 계속 올라서 코로나 이후에는 배달을 줄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이미 배달 시스템의 편리함에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던 내용은 'Chapter 3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디자인하기'였다. 현재 회사에서 2년째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디자인했던 저자의 경험과 지식이 인사이트를 주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디자인 원칙이나 디자인 토큰 개념에 대해서 정리가 되었다.



사용자를 사로잡는 UX/UI 실전 가이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을 10년째 하고 계신 김성연(우디)님이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많은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도 작년 말에 SNS를 통해 접하고 바로 구매했다. 앞부분의 내용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인지 점검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디자인 윤리디자이너의 말그릇에 대한 내용이었다. 디자인 윤리 챕터를 읽으며 당장의 매출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사용자의 편리함보다 다크 넛지를 사용하려는 상황에 맞닦뜨렸을 때 사용자의 입장에 서서 설득하려고 노력했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

에이전시와 스타트업, 대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한 저자의 경험과 태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배울 수 있었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UX 디자인의 본질이라는 말로 매우 간단하게 UX 디자이너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이 감명 깊었고, 경험을 디자인 하는 일이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 디자이너가 되어 우리 삶의 작은 불편함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는 세상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침 출근 시간과 경로를 분석해 출근길 최단 시간 동선을 만드는 모습이나 신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등 일상 속에서 사소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모습은 많이 공감되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고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소 모든 일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나로써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다. 이분은 아마 TJ가 아닐까 싶다.





2월


Deep Work

최근 1년간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는 업무와 도움 요청, 질문, 공지 알림 등으로 하나의 업무에 완전히 몰입해서 일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라 생각했다. 여러 논문이나 과학적 근거에 대한 내용 때문인지 조금 구구절절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Deep Work: 인지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초집중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 딥 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따라 하기 어렵다.



완벽하지 않은 스무 살을 위한 진짜 공부

스무 살에 읽었다면 정말 좋았을 책이다. 더 나은 삶의 태도를 더 일찍 갖췄을 텐데. 지금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다. 이 책은 선생님이 수업하듯 진행된다. 챕터는 1교시, 2교시 등 학교처럼 나누어져 있고 내용은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할아버지가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작가는 중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인생을 능동적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학생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단순함의 법칙

나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스무 살쯤부터 단순함을 추구해왔던 것 같다. 생태계와 사용법이 단순한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화려한 옷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며 방과 책상을 단순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단순함과 관련된 격언에 깊이 공감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이 책은 단순함의 법칙 10가지와 비법 3가지를 담고 있다. 단순함을 이야기하는 책 치고는 너무 많다. 그래도 원래는 법칙이 16가지였다고 하니 10가지로 줄어들어 다행이다.



피로사회

책이 상당히 얇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밀도가 굉장히 높고 어려워서 읽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 문장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나중에 몇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지만,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대략적으로 알 것 같다.

규율사회는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과다한 노동과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마모시켜간다. 그 결과 스스로를 낙오자로 느끼는 우울증 환자가 넘쳐가고, 성과를 위해 약물을 불사하는 도핑주체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금지, 강제, 억압의 철폐, 타자에 대한 관용의 확대가 개인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토피아로 이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오늘의 주체는 오히려 무한한 자유의 무게에 짓눌려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피로는 성과주체의 만성질환이다.

앞부분을 읽을 때 옮긴이가 조금 더 쉽게 써줬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철학에 관심은 조금 있지만 막상 철학 책은 많이 읽지 않아서 이해도가 부족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철학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3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훑어줘서 철학 입문자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 이전에 피로사회를 읽어서 그런지 문체가 비교적 쉽게 느껴졌고, 약간의 위트도 가미되어 500쪽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챕터마다, 철학자마다 인상 깊은 내용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스토아학파의 이야기를 꼽겠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우리는 외부의 목표를 내면의 목표로 바꿈으로써 실망의 공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놓을 수 있다.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칠 것. 자기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대신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진실한 소설을 쓸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라지 말 것.



Data-Driven UX

뷰저블을 만든 회사에서 낸 책이다 보니 뒤로 갈수록 홍보성 내용이 있긴 했지만 데이터 분석 방법과 툴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시중에 앰플리튜트, 핵클, GA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 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기업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인 것 같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기르기 위해서는 자사 서비스를 둘러싼 사업, 마케팅 등 주변 부서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디자이너라도 기본적인 수학 및 통계 지식을 다져두면 도움이 된다. 데이터 분석 능력은 이 기본기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툴’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익히는 것이 첫걸음이다.
단순히 해당 데이터만 가지고 결과를 해석하면 수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함께 교차 분석하고, 데이터의 통계와 평균의 함정을 고려해 분석에 임해야 한다. 이처럼 통계와 평균의 함정을 내포할 수 있으므로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심하는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왓챠와 넷플릭스에 있다. 그리고 난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고,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할 거리를 얻기도 하며 웃음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서 대부분 왓챠나 넷플릭스를 통해서 보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1년 동안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영화관에 갈 때마다 영화관에는 항상 마블 영화 같은 상업영화만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은근히 했었다. 막연하게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겠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다.

한 해에 개봉되는 영화의 90% 이상이 한국과 미국 영화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그 외 수십 개국의 사회상과 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





4월


디자인 싱킹

책이 얇고 작아 가볍게 읽기 좋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상황에 맞는 인상 깊은 내용도 있어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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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서가 단독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획, 디자인, 개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협의를 이룰 때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적인 출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전통적 워터폴 방식을 따른다. 이러한 방식은 부서 이기주의를 뜻하는 사일로 현상을 야기하며 결국 기업의 혁신과 효율을 저해한다.

디자인 싱킹은 기업 내 다양한 부서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 고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개발팀의 경우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엔지니어를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 조사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참이 어려우면, 고객 조사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개발의 리스크가 클 경우 엔지니어는 이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의 니즈를 인지함으로써 스스로 개발의 타당성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 도출하기 단계에서는 프로젝트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디어를 내봄으로써 가능한 해결책을 스스로 상상할 수 있으며, 비록 자신의 아이디어가 선택되지 않더라도 최종 디자인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게 된다. 특히 의사 결정권자를 참여시킬 경우 내부 의사 결정이 더 수월해진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은 사고방식, 문화, 언어, 업무 스타일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협업은 번거롭고 힘들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관점, 아이디어, 해결책이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그냥 하지 말라

코로나로 인해 1~2년 만에 빠르게 변화한 것들이 사실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일어날 일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게 됐다. 온라인 상의 대규모 데이터를 관망하고 분석하는 분이라 그런지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일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령 과거에는 ‘개 좋아하세요?’라는 말이 메뉴를 묻는 질문으로 쓰였는데, 이제는 개가 애완동물이 되고 반려동물이 된 것이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몰랐던 것일 수도 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대가 변화해가고 있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걸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고 다가올 미래, 아니 이미 다가온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

나는 항상 일을 잘하는 프로일잘러가 되고 싶었고,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책에서는 일을 잘하는 것이 기술적인 역량을 쌓는 것이 아닌 ‘감각'을 키우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감각'이란 게 기술적 역량처럼 수치화하기 어려운 능력이라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모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줘서 어렴풋하게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려졌다.

주변을 살펴보면 경력이 오래되었음에도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빠르게 성장하며 일을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 이것이 단순히 기술적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기술적 능력이 아닌 ‘감각’의 차이일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눈앞에 주어진 일만 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맥락을 이해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더욱 완성도 높고 통찰력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이런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기술적 능력도 훈련하되 전체를 보고 문제를 찾으며 나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5월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보통의 전문서적과는 다르게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늑대가 나오는지, 이름이 타스케니까 일본 책인지 궁금했는데 정말 늑대가 나오지만 배경은 한국이고 늑대의 이름만 타스케일뿐이다. 이런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준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획자나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말 그대로 습관적 생각을 깨는 생각의 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가상의 사례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여기에는 평소 무엇이든 분석하려 하고 사람까지 분석하려 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문장을 공유한다.

김 대리, 사람을 분석하려 하지 말게. 사람은 분석할 수도 없고 분석할 의미도 없지. 사람을 분석하는 일은 외계인 아니면 나 같은 늑대나 할 짓이야. 사람인 자네에게 사람은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네. 자네에게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어야 해. 분석이란 그 자체로 자신과 대상의 다름을 전제할 수밖에 없어. 반대로 이해는 서로의 일치를 전제하게 되지. 사람의 마음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분석 따위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냐.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거라네.



마음의 여섯 얼굴

나는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는 자신 있지만 억누르려고 하는 편에 가깝다. 웬만해선 눈물도 잘 흘리지 않고, 크게 화를 내지도 않는다. 보통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한다. 아니,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을 때 감정적인 공감보다는 상황이나 판단에 대한 이해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더 쉽다. 그래서 궁금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는 프로세스가.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불안감이나 우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사랑, 6개의 챕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감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우울 자리'의 핵심은 ‘너 때문이야'라고 하는 대신에 ‘나 때문이야'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나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시 말해 내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우울 자리의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우리는 우울해진다.
피부가 마취되면 고통을 피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도 시원한 바람의 흐름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 정신도 마찬가지다. 괴로움을 피하면 기쁨도 사라진다. 언젠가 닥칠 삶의 무시무시함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존재의 형언할 수 없는 풍부함과 힘을 결코 소유할 수 없다. 그들은 단지 가장자리를 배회할 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심판이 내릴 때 그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자신의 경계와 다른 사람들의 경계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경계선 주변에서 깨지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채로 남아있는 것이다.



브레이킹 루틴

컴포트 존을 벗어나라, 언러닝해라 등 기존의 루틴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알면서도 어려운 것이 계속해서 루틴을 깨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고 성장을 의식하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맘에 들지 않다면, 선택지에 대해 불평만 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보길 권한다. 나아가 그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해 아주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해보자. 더 나은 삶을 위해, 적어도 오늘처럼 내일을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시도를 하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대신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꾸준히 해내는 것. 오직 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듯이 순리를 따르면 된다.
더 나아가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한발 물러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본 뒤에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성공에는 노력뿐만 아니라 운도 필요하다. 내 능력 밖의 일까지 일일이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냉철한 판단력보다 적당한 융통성이 더 유용할 때가 있는 법이다.





6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철학에 관심을 가지며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지인이 추천해줘서 읽게 된 책이다. 김지수 기자님이 이어령 선생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 대화형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되새겨보기도 했다. 쉽게 이해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내용도 많아서 나중에 몇 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뜬소문에 속지 않는 연습을 하게나. 있지도 않은 것으로 만들어진 풍문의 세계에 속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 진실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네. 그게 싱킹맨이야.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사고해야 하네. 어른들은 머리가 굳어서 ‘다 안다'고 생각하거든. ‘다 안다'고 착각하니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거 묻지 말라’고 단속을 해. 그런데 쓸데없는 것과 쓸데있는 것의 차이가 뭔가? 잡초와 잡초 아닌 것의 차이는 뭐냐고? 그건 누가 정하는 거야? 인간이 표준인 사회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인간 잣대로 봐. 그런데 달나라에 가면 그거 다 소용없다.
살아 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네. 관찰해보면 알아. 하늘을 나는 새를 보게나. 바람 방향으로 가는지 역풍을 타고 가는지. 죽은 물고기는 배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작은 송사리도 위로 올라간다네. 잉어가 용문 협곡으로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지. 그게 등용문이야. 폭포수로 올라가지 않아도 모든 것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원하는 데로 가지. 떠내려간다면 사는 게 아니야. 우리가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갈 것인지, 힘들어도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네. 다만 잊지 말게나, 우리가 죽은 물고기가 아니란 걸 말야.



폴 랜드의 디자인 생각

이 책을 처음 알게 되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지가 벌써 몇 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은 생각보다 얇았고, 폴 랜드가 디자인한 작업물의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끝까지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폴 랜드는 그래픽 디자이너라서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시각적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결국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는 선입견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 주의 깊은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가 아이디어이고, 그 아이디어의 산물이 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신적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디자이너는 분석하고 해석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 분야의 기술적인 발전 추이를 알고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작품과 결합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는 주어진 재료들을 편성하고 종합하여 아이디어, 기호, 상징, 그림의 형태로 재구성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통합하고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것을 편집한다. 연상과 유추를 통해 재료를 추상화하고 결국엔 상징화한다. 명료함과 흥미 유발을 위해 상징을 적절한 장식물로 보강한다. 디자이너는 본능과 직관에 의지한다. 자신의 감각과 취향뿐 아니라 고객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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