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7년 베테랑 독일 사회복지사 모니카, 고마워요!

by 베존더스

'다운천사' 딸이 태어나고 의사 선생님이 전하는 말들이 생소하게 들렸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의학용어에 속이 울렁거렸다. 대부분 ‘다운천사’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로는 심장 검사 순차적으로 청력검사, 시력 검사가 있었다. ‘입 주변 근육이 약해서 우유병은 어떤 걸 선택해할까? 정부 보조금 신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받아야 치료는 뭐가 있을까?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다운천사’를 둘러싼 상황을 처음 접하는 부모는 모든 게 낯설고 생소하다. 정부에선 이들을 위해 사회복지사를 보내준다. 우리에게 보내준 사회복지사는 진갈색의 곱슬 머리카락을 가진 모니카였다. 우리 집을 처음 방문했던 날 꼬물거리는 ‘다운천사’ 딸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방문했다.


앞으로 가야 할 병원 리스트를 알려주었다. 제일 먼저 가야 할 병원은 심장 전문 병원에 모니카는 예약을 잡아 주고 우리와 함께 동행했다. 검사 결과 심장에 구멍이 무려 3개가 보였다. 생후 5개월 안에 자연히 막히는 경우가 있어서 추적사를 통해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독일에서는 근육에 힘이 없는 ‘다운천사’를 위해 생후 3개월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한다. 어느 치료사가 좋은지까지 정해주었다.


모니카는 딸이 우유병을 빠는 힘이 약했기 때문에 하루에 우유량까지 세심하게 기록했다. 아기 체중계도 가져와서 잘 자라는지 몸무게 체크도 했다.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작성한 기록을 공유했다. 우리가 못 알아듣는 독일어 의학용어는 쉽게 풀어 설명해 주었다. 아이가 잘 자라도록 밀착 케어였다.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도 척척 등록했다. 그녀 덕분에 가보지 못한 길에 벌벌 떨던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딸이 잡고 일어섰던 날 할머니가 손주 보듯 예뻐해 주었다. 유치원 등록까지 안내해 주었다. 딸이 총총 걸으며 유치원 가는 모습을 뿌듯해했다. 딸이 커가면서 만나는 횟수가 점차 줄어 한 달에 한 번 만났다. 모니카는 태어난 또 다른 아기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나뿐 아니라 처음 맞닥뜨리는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사는 57년 만에 퇴직했다.


마지막 날 모니카는 ‘다운천사’ 딸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녀를 위해 학교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딸을 조퇴시켰다. 어떤 이유에서 일찍 가는 줄도 모르는 딸은 마냥 신났다. 딸을 씻기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녀가 집에 도착하자 딸은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활짝 웃으며 딸을 반겨주었다. 제대로 된 말은 아니었지만 조잘거리는 딸에게 대답해 주며 거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마지막 업무 서류에 우린 사인을 했다. “다음에는 동료가 올 거예요, 무사히 이사 가며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어느 화창한 날 만나서 아이스크림 먹어요,”라는 그녀에게 딸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딸을 꼭 끌어안으며 오랫동안 온기를 느꼈다. 모니카가 기억하는 딸은 심장 수술을 앞두고 몸무게를 5킬로그램으로 늘려야 했던 작디작은 아가였다. 건강히 자라나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다.


앞만 보고 다름의 아이들을 위해 달려온 57년간의 세월 중 마지막 7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녀의 도움의 손길을 거쳐 간 수백 명의 아이와 부모는 그녀를 기억할까? 손을 흔들며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마음 언저리가 욱신거렸다. 한 곳에서 57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 그녀에게 찬사를 보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크림 발라주는 게 어렵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