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를 시자아아악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들.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학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만난 인연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어떻게 발전시킬지 공부를 하며 정말 순식간에 방학을 보낸 것 같습니다.(사실 정말 짧았음..!)
적용하게 된 배경이나 직면했던 문제에 대한 요 몇 년간의 이야기를 몇 화에 걸쳐 적고 보니 내용이 부족하긴 하지만 막상 또 더 얹어서 적기에는 애매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쉽긴 해도 이전 교단일기는 마무리하고 새로운 형태로 써 내려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여러 궁금증이나 문제에 대해 많은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형태로 써보고자 합니다.. 보시면서 이러면 좋겠다 저러면 좋겠다 하는 내용을 편하게 적어주시면 앞으로 교실 패치노트 작성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관심이 대전제가 되어야 하긴 하지만요..ㅎ)
(그리고 늘 그렇지만 어떻게 바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ㅎ)
그러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방학은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면서도 도약의 발판을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 글을 쓰면서 스스로 시스템에 대해 갈무리하고 재정립하는 부분이 있었던 만큼 이번 방학은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늦었지만 저번 학기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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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쉬면서도 다음 학기를 두근거리며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큰 이유였다. 몇 화인지 모르지만 내가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 운영하는 이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는지 보다 순수한 상태의 결과가 궁금하여 4학년에 내려왔는데 이런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큼 아이들은 스스로 몰입하고 컨텐츠 자체에 동기부여가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라는, 교실이라는 공간에 흥미를 느끼고 교실에 오면 재밌다고 느끼길 바랐는데 이런 것들이 행동으로 말로 글로 드러나는 것을 보며 내게서 케케묵은 열정을 기꺼이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만족스러웠다!
(맞춤법도 엉망진창이고 잘 정리된 글을 아니지만 아이들의 별거 아닌 듯 툭 적은 글은 때때로 큰 힘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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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할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색다른 이벤트도 있었다. 사실 나의 교실에서는 따로 장터를 진행하지 않는다. MBTI에서 J의 성향이 짙은 나는 내가 계획되지 않은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물건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아서 나오는 문제, 형평성의 문제 등이 너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주던 퀘스트를 본인들이 스스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지 아니면 단순히 학기 말에 아나바다 장터를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의 DP를 써가며 정성 들여 써온 퀘스트 제작의뢰서를 모른 체 할 수가 없었고 정말 오랜만에 장터를 열게 되었다. 장터가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본인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참으로 대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퀘스트의 목표와 보상 등 꼼꼼하게 구성된 의뢰서를 가지고 와서 그대로 퀘스트보드에 인쇄해 줬다. 우리 반 유니콘들의 첫 퀘스트 의뢰는 많은 학생들의 공감과 환호를 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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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한동안 업데이트소식이 없는 것을 없데이트라고 한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없데이트가 길어지면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교실도 마찬가지다. 비단 게임을 활용한 내 교실에서 뿐 아니라 모든 교실에서 아마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이기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다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배운 것은 이런 상황에 매번 새로움을 제시하려다 보면 내가 힘들어 꺾이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날 때쯤, 한 번씩 하면 그걸로 족하다. 이것이 내가 배운 슬기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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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를 시작하는 선생의 흔한 작심삼일일 수도 있고 오랜만에 먼지를 벗고 튀어나온 열정이가 머릿속에서 잠시 조종간을 잡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귀찮음과 더 친한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이 마음을 고이 포장하여 다시 한 켠에 잘 쌓아 놓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꺼이 해보려는 이유는 겜돌이가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찾은 느낌이라 그렇다.(올해 아이들의 반응이 좀 더 생동감 있어서인가?) 그리고 같이 아이디어를 나눠주는 멋진 동료들도 생겨서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과연 내가 이 게임을 어디까지 공략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며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학기에는 모임 때 다른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포켓몬 레이드와 배틀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띠부띠부실처럼 주려고 했는데 이왕 배틀을 할 거면 카드형태로 지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저렴한 퀄리티지만 카드에 붙여서 나눠줄 생각이다. 생각보다 귀찮은 건 있었지만....만드는 재미도 있었고 재밌어할 아이들 생각도 많이 났다. 아이템샵에서 ‘이상한 알’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