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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는다는 것

< 시적 사물: 그릇>

by 모카레몬


기적.jpg



기적은 사람 안에서 익는다


오래 울어본 사람은 안다

눈물이 마른자리에서

비로소 따스한 것이 자란다는 걸


한동안

깨진 그릇으로 살았다

무엇을 담아도

금이 간 자리마다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때 알았다


익는다는 건

새로운 그릇을 찾는 일이 아니라

깨어진 그릇 속에서도

온도를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하루의 고단함이 저물면

그릇 바닥에 남는 것은

아직 식지 않은 잔열들


그 온기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번져

세상을 데우는 일


기적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깊은 곳

그 깨진 자리들을 따라

생기가 번져오고 가는 일이다


하늘은 그릇을 믿어줄 뿐



긴 시간 동안...

절망스러운 일을 만난 분의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 끝에 연둣빛 새싹이 올라온 듯, 마음이 뜨겁게 데워집니다.

사람의 삶은 때론 금이 간 그릇처럼 쉽게 깨질지라도

식지 않는 온기가 있습니다.

소식을 들은 곁의 사람들은 얼마나 기쁠지,

그리고

마음을 나눈 사람들은 또 얼마나 축복을 빌어줄지 생각만 해도 벅찹니다.

하늘은 고통과 상처를 지워주는 대신,

우리가 다시 익어가도록 믿어 주는 것 같습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빌립보서 2:13)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찬 일주일 보내세요^!^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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