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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19. 2024

유사 사이코패스를 피하는
현실적인 방법

<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 책 리뷰





1. 돌고래도 분노하면 사이코패스가 된다?

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었습니다만, 그다음 문장 "돌고래도 분노하면 사이코패스가 된다!"까지 해야 완성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들었으니까요. 크흠. 크흠흠.. 에.. 또.. 돌고래가 원래 상당히 유순한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폭발해서 동료 돌고래나 어린 돌고래, 또는 다른 물고기 등을 공격하고 잔혹하게 괴롭히기도 한다고 해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살다 보면 '아 이 자식 사이코패스 아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평소에 조용하고 멀쩡하던 인간이 갑자기 급발진해서 미친 짓거리를 하는 경우 당황스럽죠. 제가 그리 붙임성이 있거나 사근사근해 보이는 비주얼은 아니어서 저한테 지랄을 떠는 인간은 딱히 만나본 적은 없지만 뭐 좀 착하고 소심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유독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끔, 아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하는 짓을 보면 프로페셔널한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은데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경우가 제법 있잖아요. 고마 멱살 잡고 날라 쌍 빰따구를 날리고 싶은 그런 인간들 말입니다.


이 책 <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은 그냥 화를 참는 방법 같은 평범한 심리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유사 사이코패스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 그따구 짓거리를 하게 되고, 그들의 발작 버튼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차분차분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주제와 범위를 한정하고 쓸데없는 사족 없이 딱 필요한 설명만 명료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고, 지나치게 이론적이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사례를 들고 있어서 더 쉽게 이야기를 읽어 나갈 수 있는데, 스티브 잡스라던가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진정한 사패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미시마 유키오 등에 대해서 다루면서 유사 사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재미집니다. 읽으면서 '아따 진짜 사패 새끼구만'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절대 졸 수 없는 책입니다.





2. 생각보다 폭넓은 유사 사이코패스의 세계

이 책 <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은 진짜 리얼 내추럴 본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그런 인간들은 그냥 사패니까요. 사이코패스가 왜 사이코패스가 되는지 뇌과학, 심리학으로 설명을 시도한 책들은 제법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런 진짜 사이코패스 말고 사이코패스가 아닌데 하는 짓거리가 거의 사이코패스에 준하는 인간들, 즉 유사 사이코패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유사 사패들이 왜 고따우 사패짓거리를 하는지, 어떤 심리적 원인으로 발현하며, 어떤 종류의 유사 사패짓거리 유형이 있는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런 식으로 분석하고 유형을 나누는 책은 대충 저자가 일본인일 것이라고 예상이 되시겠습니다만,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입니다. 네, 일본 저자는 참 이런 유형 나누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 "다카시나 다카유키" 줄여서 "다카다카"는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학생들이 상태가 삐리삐리 한 걸 보고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아서 이때 공부한 기법을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사람입니다.


저자는 유사 사이코패스를 "느슨한 사이코패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느슨한 사이코패스도 크게 2가지로 나눕니다. 사소한 계기로 분노가 표출되면서 미친 짓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경우는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라고 정의합니다. 필받으면 미쳐서 날뛰면서 아주 강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컨트롤이 안되는 경우를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책에서는 얕고 느슨한 사패와 깊고 느슨한 사패가 어떤 식인지, 이것들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느슨한 사패가 발현되는 근본 이유를 설명할 때 또 제가 싫어하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 왜 '자아는 안 그런데 초자아와 억압된 무의식의 감정과 욕망에서 어느 순간 방아쇠가 당겨지면 미친다.' 뭐 이런 늘 나오는 이론 있잖습니까? 이런 이론이면 사실 인간이 무신 짓을 벌여도 다 그렇게 퉁치면 설명이 되기 때문에 만능 요술 방망이 치트키긴 합니다. 근데 또 딱히 아니라고 하기도 거시커니 한 그런 이론이 되겠습니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 돌변하게 되는 마음의 버릇을 5가지로 분류하고, 내 안에 분노의 근원이 되는 12가지를 분류해 설명합니다. 대충 이렇게 조합하다 보면 어지간한 케이스는 다 때려 맞춰.. 아니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의 버릇을 가지고 어떤 분노의 근원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미쳐 날뛰는 트리거와 유형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분류와 각 케이스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주변의 똘아이를 보면서 분석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슬금슬금 피하는데 해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알아두면 모르는 것보다 훨씬 처신을 잘할 수 있겠습니다.





3. 실전 적용! 이 책이 가장 훌륭한 점.

제가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책 자체가 특정 주제를 다루고 있어 명료한 점, 가독성이 좋아서 읽기 좋은 점, 책 자체가 재미있는 점, 읽어두면 나는 물론 타인을 이해하는데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 등입니다. 여기에 가장 크게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런 똘아이 유사 사이코패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실질적인 방법,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통상 이런 분류와 설명에 치우친 책들은 설명을 잘 해주지만 읽고 나면 '아, 그렇구나.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만, 이 책은 해결책을 피상적으로 제시하고 마는 그런 책이 아닙니다. 물론 잘 따져보면 그게 되겠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실무적으로 현실에서 적용이 가능한 방식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각각의 케이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현실에서 해결이 가능한 실마리를 충분히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카프먼이 제창한 '드라마 삼각형'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삼각형'은 특정 사이코로부터 괴롭힘이나 폭언 등의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격하는 자'와 '공격당하는 자', 그리고 '돕는 제3자'로 나누어 분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3가지 주체로 분류하고 주체 바꾸기 기법을 쓰기 때문에 삼각형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실제로 적용은 간단하지 않겠지만 이 해결책의 핵심은 괴롭히는 자와 희생자, 구원자의 위치가 의외로 쉽게 바뀐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실용 기법을 활용해 내가 희생자의 위치에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자세한 과정을 제가 설명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므로 책을 통해 확인하도록 합시다. 서로 바쁘니까 꼭 읽어보고 싶은 사람, 진짜 궁금한 사람만 직접 읽어보는 것으로 그렇게 우리가 함께 합의하도록 합시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유사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내가 사이코패스 짓을 하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하고 누군가 사이코패스 짓을 하면 희생자를 구해주고 유사 사패를 패주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의 공격을 올바르게 반격해 자신도 지키고 나쁜 짓을 미연에 방지할 때 더 나은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자 당부입니다. 이 책은 쉽지만 알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만한 내용입니다. 시간이 나신다면 꼭 한번 후루룩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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