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해줘"와 "알덴테 크림파스타"의 차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이렇게 말한 적 있으신가요.
"맛있는 거 아무거나요."
웨이터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 그제야 깨닫습니다. 아, 이건 주문이 아니었구나!
저는 AI에게 2년 넘게 똑같이 했습니다.
"좋은 자기소개서 써줘." "이 내용 정리해 줘." "마케팅 기획안 만들어줘."
결과는 늘 비슷했습니다. 어딘가 아쉬웠습니다. 내가 원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수정 요청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AI가 이상해졌습니다. (눈덩이 토큰 효과는 3편 참조)
그때 이렇게 생각했죠! 아직은 이까지 이구나...
그런데 주문서를 잘못 쓴 게 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주방장은 손님의 취향을 기억합니다. 단골이 오면 알아서 조절합니다. "오늘 좀 담백하게"라는 한 마디도 맥락으로 읽습니다.
하지만 AI는 다릅니다. AI는 요리사입니다. 매우 능숙하고, 매우 빠르고, 매우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문서가 없으면 아무것도 까지는 아니지만 잘 못합니다.
자신이 학습한 부분까지만 합니다. 예를 들면 중학교? 고등학교? 정규과정까지 하고, 대학교 전공은 안 한 거죠.
우리가 대학에 가면 학부별 전공이 나뉘듯이요^^
대학원을 가면 더욱 정교하게 배우고, 박사과정에서는 그 일부를 더 정교하게 자신이 연구해서 결과물인 논문을 만들어냅니다. 요리사도 마찬가지죠? 각 분야별 고수가 있듯이 AI는 기본 레시피는 가지고 있지만
경험에 의한 또는 융합된 전문성은 가지고 있지 않아 주문해야 됩니다.
그래서 "맛있는 거 해줘"를 주문받은 요리사는 어떻게 할까요? 오늘 재고 중 제일 흔한 것으로 제일 빠른 방법으로 만들 겁니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알덴테로 익힌 크림파스타, 베이컨 추가, 치즈는 빼주세요"를 받은 요리사는 정확하게 만들어냅니다.
혹시 지금까지 AI에게 주문서 없이 주문해오지 않으셨나요?
2년 동안 AI와 씨름하면서 저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좋은 프롬프트에는 공통 구조가 있다는 것을요. AI가 비서이고 내가 관리자라면 어떻게 지시를 내리면 비서가 더 일을 잘할까요?
그 지시구조의 이름이 ROOFTOP입니다.
R — Role: 누구에게 부탁하는가?
같은 질문도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문장 고쳐줘"라고 하면 AI는 그냥 문법을 다듬습니다. "1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로서 이 문장을 고쳐줘"라고 하면 리듬, 임팩트, 독자 시선까지 바꿉니다.
역할을 주지 않으면 AI는 기본값으로 작동합니다. 기본값은 평범합니다.
O — Output: 무엇을 받고 싶은가?
결과물의 형태를 말해주지 않으면 AI는 알아서 선택합니다. 보통 긴 글이 나옵니다. 당신이 원한 건 3줄 요약이었는데...
"3가지 핵심 포인트를 각 2 문장으로 정리해 줘"처럼 형태를 구체화하면 필요한 것만 나옵니다.
O — Objective: 왜 만드는가?
목적을 알면 AI가 방향을 잡습니다.
"상사에게 보고할 1페이지 요약 보고서"와 "팀원들과 공유할 회의 정리 메모"는 같은 내용이어도 전혀 다르게 써야 합니다. 이 차이를 AI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AI는 모릅니다.
F — Format: 어떻게 담아줄 것인가?
표로 줄 건지, 글머리표로 줄 건지, 단락 서술로 줄 건지. 이걸 지정하지 않으면 AI는 자기 판단으로 선택합니다.
그 선택이 당신 용도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T — Tone: 어떤 분위기로 쓸 것인가?
딱딱한 공문서 말투, 친근한 SNS 말투, 학술적 서술 말투 — AI는 어떤 톤이든 구현합니다. 단, 알려줘야 합니다.
알려주지 않으면 AI는 중간 어딘가를 선택합니다. 보통 그 '중간'이 가장 무난하고 가장 밋밋합니다.
O — Others: 하면 안 되는 것들
제약조건과 금지사항입니다.
"전문 용어 사용 금지", "800자 이하로", "경쟁사 이름 언급 금지" — 이런 항목들이 들어가면 AI의 작업 범위가 정밀해집니다. (컨텍스트 시딩과도 연결됩니다 — 4편 참조)
P — Prompt: 최종 실행 지시문
R부터 O까지 6칸을 채운 뒤 내리는 최종 명령입니다.
이 한 줄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앞의 6칸이 없으면 이 한 줄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P는 결론입니다. 앞이 없으면 결론도 없습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실감이 없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ROOFTOP을 쓴 경우와 쓰지 않은 경우를 직접 보겠습니다.
왼쪽 결과는 평범하죠?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이메일입니다. 당신 팀 신입사원에게 쓸 이메일이 아닙니다.
오른쪽은 다릅니다. 역할, 분량, 목적, 형식, 톤, 제약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나오는 결과물도 다릅니다.
같은 AI입니다. 주문서가 달랐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이게 중요한 지점입니다.
7칸을 전부 채워야만 ROOFTOP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하면 쓰기 전에 지쳐버립니다.
오히려 그게 함정입니다.
처음에는 R 하나만 추가해 보세요.
지금까지 "요약해 줘"라고만 했다면, "마케팅 기획자로서 요약해 줘"로 바꿔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쌓으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주문서를 쓸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고쳐가며 자신만의 최고의 ROOFTOP를 만들면 됩니다.
다음번에 AI에게 무언가 부탁할 때, 이것만 해보세요.
첫 줄에 이렇게 쓰는 겁니다.
"당신은 [직업·역할]입니다. [여기에 기존 요청]"
딱 이것만입니다. R 하나.
"당신은 10년 경력의 콘텐츠 기획자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SNS 포스팅으로 바꿔줘."
한 줄이 추가됐을 뿐인데, 결과물의 무게중심이 달라집니다.
이 일곱 칸의 이름을 아시는 것 자체가, 이미 대부분의 분들과 다른 방식으로 AI를 쓰기 시작하신 겁니다. 배운 게 아닙니다. 원래 알고 계셨던 것이 정리된 것입니다.
TIP: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또는 따르고 싶은 사람의 '이름'으로 페르소나를 줘보세요^^
그런데 ROOFTOP을 알게 되면 욕심이 생깁니다.
"기법을 더 많이 쓸수록 결과물이 좋아지겠지?"
하지만 기법을 많이 쓸수록 AI는 산만해집니다.
어텐션이 희석되고 기법이 충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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