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소소한담 Nov 21. 2022

'어느 학교 나왔어요?'라는 질문이 끔찍이 싫었다

지방대생이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법




20대의 나는 누구보다 치열했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세 번의 해외봉사, 기업에서 1년간의 인턴, 토익 고득점, 제2외국어로 배운 중국어, 여러 개의 전공 관련 자격증, 각종 대외 활동, 만점에 가까운 학점과 4년간의 장학생. 거기에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꾸준히 다닌 여행까지. 남들은 너처럼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대단하다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냐는 말을 들을 때면 스스로 우쭐하기도 했다. 나는 그저 '좋은데 취업하려면 열심히 해야죠' 라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 사실 그럴듯하게 쌓아 올린 스펙 이면에는 갖지 못한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노력했지만 손에 넣지 못했던 명문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학을 가는 데 성공한 그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다. 지방대 출신이었던 내가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학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를 증명해 보여야 했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올려 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소소한담 씨는 어느 학교 나왔어요?"

사람들이 내게 학교가 어디냐고 묻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 대학 시절에는 사람들이 이름, 나이와 함께 꼭 학교가 어딘지 물어봤다. 나름대로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물어보는 질문이었겠지만 나는 그 질문이 끔찍이 싫었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사람들의 말투가 거슬렸고, 학교 하나로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이구나, 판단하듯한 태도가 싫었다. 나는 분명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사람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사람들은 내가 다니는 학교 하나로 나머지 것들은 보려 하지 않았다. 


나도 어느덧 30대가 되었고, 사람들은 예전만큼 학교가 어디냐고 묻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학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꽤나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엔 해소되지 못한 콤플렉스들이 나를 괴롭히나 보다. 직장 동료들 대부분은 손꼽히는 명문대생들이다.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그들을 매일 옆에서 지켜보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혹여나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쟤는 지방대생이라서 그래, 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더 애쓰며 산다.




그렇게 많은 날들을 괴로워했다.

그들에 대한 부러움과 동시에 자격지심이 나를 오랜 시간 괴롭혔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하지 못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얼마나 내게 큰 자괴감을 가져다주는지, 내가 소속된 곳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모른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게는 그 타이틀을 허락하지 않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든 게 원망스럽기도 했다.


학벌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한국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나는 그냥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런데 그건 또 싫었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삶은 더욱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선택했다. 나 스스로를, 나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는 방법으로.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부단히 애쓰던 2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인정하는 수밖에

내가 명문대를 나왔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훨씬 자신감 있고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이리저리 견주어본다. 사람들은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이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가졌던 부러움과 시기 어린 마음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명문대에 갔다면 지금보다 더 잘 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와 명분이 있었을까. 어쩌면 난 이걸로 충분해, 라며 현실에 만족하고 그럭저럭 사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는 나를 상처 입고 괴롭게 만들기도 했지만 나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동력이기도 했다.




약점이 때로는 강점이 되기도 한다.

결핍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20대의 나는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남보기엔 그럴듯해 보였지만 사실 열등감 덩어리였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자 노력했다. 내가 가진 약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는 성장했다. 온몸으로 부딪치고 증명해 보이는 삶을 살았다. 마음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도전하면서 이뤄내는 성취감도 맛봤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나를 지난히도 괴롭혔던 지방대생이라는 꼬리표가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자신의 약점을 직면하고 인정하면 그 약점은 더 이상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




p.s. 이 세상의 모든 지방대생들, 힘을 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물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