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 제작기간을 마치고 바로 8월이 되었다. 다른 작업들도 진행하면서 의자도 만들고 있어 정신없는 8월을 보냈고, 7월과 마찬가지로 무더운 날씨와 번갈아가면서 비들은 쏟아졌다.
8월에는 수정사항 세 가지가 있었다.
- 도미노 2개씩
더 안정적이고 튼튼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 결합 구조에 도미노를 2개씩 박기로 변경했다. 도미노 뚫는 시간이 두 배가 된 셈이다.
- 의자 등받이 높이 50mm 높이기
조금은 높았으면 해서 등받이를 50mm 위쪽에 달릴 수 있도록 뒤쪽 다리의 길이를 800mm로 수정했다.
- 좌판 연결 시 장부 촉 구조 사용
포인트를 주기 위해 좌판 부분에 관통하는 장부를 사용하고 촉으로 고정해 줄 계획이었다.
그래도 5개 해봤으니까 금방 하겠지라는 애매한 자신감은 실수제조기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한 번 실수를 하면 그걸 수정하고 원상 복귀하는데 또 시간이 걸리고 혼자 그날 계획한 분량을 다 못할 것 같아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마음을 편하게 먹고 천천히 차근차근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혼자 급하게 작업을 한다. 그럼 또 다음 실수를 하게 된다. 악순환의 정석이었다.
내가 한 실수들을 나열해 보자면
재단 실수해서 다른 곳에서 쓸 수 없을 정도로 짧아진 나무 버리기
각도 있는 부분 못 보고 반대로 조립하기.
마름질 반대로 해서 조립할 때 다른 부분들과 맞춰봤을 때 조립할 수 없음.
도미노 잘못 뚫기 ( 나무 관통, 깊이, 위치 실수)
너무 징징대기 싫어서 최대한 실수들을 정리해 봤다. 본드를 바르고 나무를 붙이는 순간 사실 다시 쓰기 어렵다. 조립, 본딩 과정에서 만들어낸 실수들이 많았고, 겨우 살려낸 나무들도 많이 상해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느껴졌다. 결국 5개 분량의 나무, 제작시간 등을 다 버린 셈이 되었다.
조립 실수한 등받이를 분해하는 나의 모습. 다시 조립할 때 다른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
아....
이런 기분을 2학년 과제전을 준비하며 느꼈었다. 매일매일 할 일이 있었고 그걸 하지 못하면 결국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 실패할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졌다. 마감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는 것을 느끼기 싫어 항상 작업 시작을 빨리하고 진도를 서두르는 편이다. 실수도 빨리 해야 빨리 정신 차리고 다음에 안 해야겠다 생각하니까. 초반에는 재료를 버리더라도 한 번 실수하고 깨닫고, 다음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은 거라고.
머리로는 이렇게 나를 잘 알면서 컨트롤할 수 없는 게 감정이고 그것에 휘둘리는 게 나의 성격이다. 힘들면서도 그냥 다 힘들면서 사는 거지, 남들은 이것보다 더 힘들어도 계속하는데라고 생각하며 나를 계속 다그치고 채찍질한다. 그러다 결국 지쳐버리면 작업을 놓아버린다. 완전히 멈추는 것이 아닌 그냥 대충 끝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한다. 초반에는 열정이 넘치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같이 일을 벌이고 계획을 세우지만 후반부에 지치면서 뒷심이 떨어진다. 대부분 마감시즌이 후반부가 되면서 마감의 퀄리티가 낮아진다... 좋은 마감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스스로도 정말 실망스럽지만 무리할 수는 없어 결국 용두사미로 작업을 마친다.
잘 만들어진 가구에 마감칠을 하고 조명 아래 있는 내 작업물들을 보면 뿌듯하고 성취감이 들면서 이 맛에 하지 라며 느끼는 즐거움이 있지만, 실수하는 과정들까지 모두 즐겁고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도 얻어가는 게 있으니 100% 손해는 아니라 믿는다.
내가 봤던 수많은 목공 유튜브가 있지만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영상 설명란에 담백하게 적혀있던 글이었는데 8월을 마무리하기 좋은 문구라 그대로 가져와본다.
'언젠가 인공지능의 나의 실수들을 흉내내기를 바랍니다.'
8월에는 10개가 될뻔 했지만 아직 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