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오늘은
5월 5일
여름이 서는 입하가 지난 지
꼭 88일째
7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세찬 비로 가득했던
끈적이는 습기로 지루했던
장마가 지나고
뜨거운 햇살이
온 세상에 가득입니다.
화상을 입을 듯 따가운 햇살이 원망스러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에 닿기 전
탐스런 연둣빛 열매가
눈길을 낚아 챕니다.
길가 가로수에도
아파트 단지 안 조경수에도
은행나무라면
모두 알알이 탐스런 열매가
열려 있습니다.
어디 열리기만 했다 뿐인가요.
주렁주렁
열심히 커 가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백 년 만의 폭우다,
역대 최고의 폭염이다,
떠들어대지만
은행나무는
아랑곳없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합니다.
모든 결실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빗속에
열매를 맺고
폭격기에서 퍼붓는 폭탄 같은
여름의 햇살에
열매를 키워갑니다.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은행을 응원합니다.
여름이
열심히
익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