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나를 반쯤 죽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네요.
저는 매일 아침, 약을 먹습니다.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혈압약까지. 이 약들은 저를 반쯤 죽입니다. 이 약들은 면역력을 낮추고, 뼈를 약하게 만들고, 소화기관의 기능도 방해합니다. 작은 감기에만 걸려도 폐렴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금만 열이 나도 하던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나를 반쯤 죽이는 이 약을 매일 기꺼이 복용하는 이유는, 이 약이 그나마 반정도로 살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 면역체계가 이식받은 신장을 공격하고, 결국 신장이 기능을 못해 저는 죽어야 하니까요. 죽음을 피하는 대가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반 정도의 죽음이라는 건, 행운인 거죠.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분노로 신을 원망한 적도 있습니다. 왜 하필 나여야만 했냐고, 왜 하필 이런 아픔을 나에게 주는 거냐고. 하지만 반대로, 그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도 많습니다.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야 했던 거면 나라서 다행이라고, 또 모두의 삶에 같은 크기의 어려움이 찾아온다면 반만 죽는 신체의 질병으로 온 게 다행이라고.
말하자면, 이런 약이 없었다면 저는 AI가 세상에 등장하는 것도 보지 못했을 거예요. 이토록 불안이 가득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알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했겠죠. 이렇게 불안할 수 있다는 게, 삶을 망설이게 된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따금씩 되새겨 봅니다.
오늘도 살아있으니, 행복한 아침입니다. 그런 말이 있죠. "당신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랐지만 갖지 못한 내일"일 수 있다고. 저는 그 말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말을 오래도록 이해하지 못했으면 합니다. 그렇게까지 간절하지 않아도, 좋은 하루를 보내는 건 얼마든 가능하니까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