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을 보며 떠올린 우리의 숙제
최근 드라마 한 편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노무사 노무진』 8회.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이야기였다. 유령이 된 사망자들이 주인공을 찾아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건 드라마지만, 너무도 현실 같잖아.”
실제로 2020년 이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나 38명이 사망했고, 2022년 평택에서도 대형 화재가 있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잊는다. 그렇게, 같은 사고는 또 반복된다.
왜일까. 누구도 ‘자기 일’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류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안다.
창고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공간이다.
지게차가 지나가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박스가 천장 가까이까지 쌓인다. 소화기는 구석에 놓여 있거나 박스 뒤에 숨어 있고, 비상구엔 누군가 짐을 올려둔다. 이런 모습은 ‘예외’가 아니라, 너무 흔한 ‘일상’이다.
비상구는 정말 열릴까? 야간에는 조명이 켜질까?
화재가 나면, 누가 가장 먼저 알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단호하게 “문제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관리자와 경영자가 몇이나 될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이 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대표이사,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실질적 경영권을 가진 임원까지가 법적 책임의 주체가 된다.
사망사고가 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최대 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법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다.
매일 아침 창고로 출근하는 이들이,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조직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약속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비상구는 열리는가.
소화기는 보이는가.
직원들은 화재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야간 근무자도 동일한 안전 시스템을 보장받고 있는가.
119는 누가, 어떤 순서로 신고하는가.
비상연락망은 최신 상태인가.
이건 거창한 시스템 개편이 아니라, 작은 점검 하나로 시작할 수 있다.
주 1회 ‘안전 워킹’을 해보자.
관리자가 직접 창고를 돌며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위험요소를 함께 찾고, 사진을 찍어두자.
또 ‘아차사고’ 사례를 나눠보자.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위험했던 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예방의 감각은 분명 달라진다.
“안전에는 비용이 든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비용보다 더 큰 손실이 있다.
사고가 나면 영업은 중단되고, 보상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 어떤 PR보다, ‘사고 없는 조직’이 가장 강력한 브랜딩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현실은 계속된다.
『노무사 노무진』 속 그 부탁,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말은 어쩌면, 지금도 우리 창고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창고 한 바퀴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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