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누가 라이더의 하루를 설계하는가

생활물류: 인간의 삶은 어떻게 배송되고 있는가

by 김철민

1.

오전 9시. 라이더가 앱을 연다.

화면에 뜬다. "오늘의 예상 배달 건수: 45건"

첫 번째 주문이 들어온다. "픽업까지 5분" "배달까지 20분"

출발한다.

식당에 도착한다. 음식을 받는다. 주소를 확인한다. 출발한다.

신호등에서 멈춘다. 앱을 본다. 두 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동일 방향" "추가 배달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한다.

배달한다. 돌아온다. 세 번째 주문이 들어온다.

점심시간. 쉬지 못한다.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

오후 3시. 잠시 멈춘다. 주문이 뜸해진다. 기다린다.

오후 6시. 저녁 피크타임. 주문이 쏟아진다.

밤 10시. 마지막 배달을 마친다. 앱을 닫는다.

"오늘의 배달: 52건. 총 수입: 16만 8천 원"


2.

그는 오늘 누구를 위해 일했는가?

누가 그의 하루를 설계했는가?


3.

10년 전을 떠올려본다.

배달은 식당의 일이었다.

중국집 사장님이 직원에게 말한다. "3번 테이블 짜장면 하나, 배달 가."

배달원이 출발한다. 배달한다. 돌아온다.

사장님이 또 말한다. "5번, 짬뽕 하나 배달."

배달원이 간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한가해진다. 배달원은 쉰다. 식사를 한다. 담배를 피운다.

저녁시간이 되면, 다시 바빠진다.

하루가 끝나면, 사장님이 일당을 준다. "오늘 수고했어."


4.

그때의 노동은 명확했다.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식당 사장님.

누가 일을 지시하는가? 식당 사장님.

누가 급여를 주는가? 식당 사장님.

일의 관계가 명확했다. 고용주와 노동자. 상사와 직원.


5.

그런데 지금은?

라이더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식당? 아니다. 식당은 라이더를 고용하지 않는다.

플랫폼? 애매하다. 플랫폼은 "우리는 중개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객? 고객은 라이더를 모른다.

그렇다면 라이더는 누구의 직원인가?

아무도 아니다. 라이더는 '독립 계약자'다.


6.

독립 계약자란 무엇인가?

고용된 게 아니다. 계약한 것이다.

일할 시간을 스스로 정한다. 일할 양을 스스로 정한다. 일할지 말지를 스스로 정한다.

자유롭다.

정말 그럴까?


7.

라이더의 아침을 다시 보자.

앱을 연다. 주문이 들어온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선택할 수 있다.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거절하면?

'수락률'이 떨어진다. 수락률이 낮으면, 주문이 덜 배정된다. 주문이 적으면, 수입이 줄어든다.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8.

배달 시간을 보자.

"픽업까지 5분" "배달까지 20분"

이 시간은 누가 정했는가?

알고리즘이다.

라이더는 이 시간 안에 배달해야 한다. 늦으면? '지각률'이 올라간다. 지각률이 높으면, 패널티를 받는다.

시간을 지킬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9.

경로를 보자.

앱이 최적 경로를 보여준다. 따라가면 된다.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앱이 제시한 경로가 가장 빠르다. 다른 경로로 가면 시간이 더 걸린다. 시간이 더 걸리면 지각한다.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10.

점심시간을 보자.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 "다음 배달 수락하시겠습니까?"

거절하고 쉴 수 있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피크타임'이다. 수입의 절반이 이 시간에 발생한다. 지금 쉬면, 오늘 목표 금액을 못 채운다.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11.

그래서 라이더는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다.

법적으로는 독립 계약자다.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알고리즘의 지시를 받는다.

알고리즘이 주문을 배정한다. 알고리즘이 시간을 정한다. 알고리즘이 경로를 제시한다. 알고리즘이 수입을 계산한다.

라이더는 자율적으로 일하지만, 알고리즘이 설계한 틀 안에서 일한다.


12.

누가 라이더의 상사인가?

과거: 식당 사장님이 상사였다.

현재: 알고리즘이 상사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사람이 아니다. 항의할 수 없다. 협상할 수 없다. 얼굴이 없다.

알고리즘은 명령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제안'한다.

"이 주문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이 경로로 가시겠습니까?" "추가 배달을 하시겠습니까?"

모든 것은 질문 형태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13.

이것을 '부드러운 통제'라고 부른다.

직접적으로 명령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택지를 설계한다.

A를 선택하면 보상. B를 선택하면 불이익.

형식적으로는 자유. 실질적으로는 통제.


14.

플랫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유로운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사장입니다."

맞는 말인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15.

라이더는 출근 시간이 없다. 퇴근 시간이 없다.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다.

언제 일할지 스스로 정한다.

하지만, 피크타임에 일하지 않으면 돈을 못 번다. 그래서 모든 라이더가 같은 시간에 일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유. 실질적으로는 피크타임에 묶인다.


16.

라이더는 얼마나 일할지 스스로 정한다.

오늘 10건만 하고 끝낼 수도 있다. 50건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 수입이 있다. 하루 15만 원을 벌려면, 40~50건은 해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유. 실질적으로는 목표 수입에 묶인다.


17.

그래서 라이더의 자유는 역설적이다.

아무도 출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출근한다.

아무도 배달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입을 위해 배달한다.

아무도 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크타임에 일한다.

자유롭다. 하지만 자유롭지 않다.


18.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자.

라이더는 '일'을 하는가, 아니면 '대기'를 하는가?

오전 9시. 앱을 켠다. 주문을 기다린다.

주문이 들어온다. 배달한다.

배달을 마친다. 다음 주문을 기다린다.

주문이 들어온다. 배달한다.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배달 → 대기 → 배달 → 대기.


19.

대기 시간은 일하는 시간인가?

앱을 켜놓고 있다. 언제든 주문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주문이 없으면 일이 없다.

대기는 일인가, 아닌가?

플랫폼은 말한다. "대기는 일이 아닙니다. 일은 배달하는 시간만 인정됩니다."

그래서 대기 시간에는 돈을 못 받는다.


20.

하지만 대기 중에도 라이더는 자유롭지 않다.

집에 갈 수 없다. 멀리 갈 수 없다.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주문 배정 지역 안에서 대기해야 한다. 앱을 켜놓아야 한다. 즉시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기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유 시간도 아니다.

대기는 일도 아니고, 쉼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다.


21.

하루를 계산해보자.

배달 시간: 6시간 (실제로 배달하는 시간)

대기 시간: 4시간 (주문을 기다리는 시간)

이동 시간: 2시간 (배달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총 12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돈을 받는 시간은 6시간뿐이다.

나머지 6시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22.

과거의 노동은 달랐다.

식당 배달원: 하루 8시간 근무. 8시간 급여.

바쁠 때도, 한가할 때도, 같은 시간이면 같은 급여.

대기 시간도 근무 시간이었다.

지금은?

배달한 만큼만 돈을 받는다. 대기한 시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효율적이다. 하지만 불안정하다.


23.

그래서 라이더는 쉬지 못한다.

대기 시간이 돈이 안 되니까,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수락한다. 주문이 없을 때도 앱을 켜놓고 이동한다. 주문 밀집 지역으로 간다.

쉬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대기'한다.

일도 아니고, 쉼도 아닌 시간이 하루의 절반이다.


24.

누가 이 구조를 설계했는가?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건당 단가'를 정한다. 배달 1건에 3,000원. 2건에 6,000원.

간단하다. 명확하다.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이 구조는 무엇을 만드는가?

라이더가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든다.

많이 배달할수록 많이 번다. 쉬면 못 번다. 그래서 쉬지 않는다.


25.

알고리즘은 라이더를 알지 못한다.

라이더가 피곤한지, 배고픈지, 화장실에 가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단지 '효율'만 계산한다.

어떤 라이더가 어떤 주문을 가장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가?

라이더A는 이 지역에 있다. 라이더B는 저 지역에 있다. 주문은 여기 있다.

최적 배정: 라이더A.

알고리즘은 라이더를 '리소스'로 본다. 사람이 아니라, 배송 수단으로.


26.

그래서 라이더는 숫자가 된다.

'수락률' '지각률' '완료율' '평점'

이 숫자들이 라이더를 평가한다. 이 숫자들이 다음 주문 배정을 결정한다.

라이더는 숫자를 관리해야 한다. 수락률을 높이고, 지각률을 낮추고, 평점을 올려야 한다.

사람이 숫자가 되었다.


27.

그렇다면 라이더는 무엇인가?

과거: 라이더 = 노동자. 고용주가 있고, 근로 계약이 있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

현재: 라이더 = 독립 계약자. 고용주가 없고, 계약만 있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적으로는 '사업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알고리즘이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사람.


28.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자유롭잖아.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잖아. 돈도 버잖아.

맞다. 문제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통제된다.


29.

누가 라이더의 하루를 설계하는가?

라이더 자신? 아니다.

알고리즘이다.

언제 일할지, 얼마나 일할지, 어디로 갈지, 얼마를 벌지.

모든 것은 알고리즘이 설계한 틀 안에서 결정된다.

라이더는 선택한다. 하지만 선택지는 알고리즘이 만든다.


30.

내일 점심시간, 당신은 배달 음식을 주문할 것이다.

30분 후, 라이더가 도착할 것이다.

당신은 음식을 받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라이더는 다음 배달지로 갈 것이다.

너무 자연스럽다.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서, 질문해야 한다.

그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그의 하루는 누가 설계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클릭 한 번 할 때마다, 누군가의 노동이 작동한다는 것을.


다음 글에서, 우리는 더 깊이 들어간다.

일의 양과 삶의 안정성은 왜 비례하지 않는가. 플랫폼 노동은 어떻게 '일은 많지만 불안정한' 구조를 만드는가.


[다음 글]

8화. 노동의 주권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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