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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Jun 25. 2023

가난해지면 사람이 없어진다

가난해진 삶에 제동(breaks)을 걸고 싶은 시기가 있다

6월의 이른 더위가 봄이 지나 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해뜨기 전 이른 새벽녘에도 거실 공기마저도 후덥지근하다. 

그래도 아직은 한참이 지나면 발가락에 찬기운이 스며들어 온다.

어디 그뿐인가!

이른 산책 길은 어느새 따스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코를 간 지른다.

어제까지 벚꽃에 취했던 마음은 청록색의 푸르름과 함께 

장미의 화려함에 넋 놓고 벤치에 앉아 쳐다보고 있게 한다.


시절은 한겨울 땅이 마르듯 봄기운에 싹이 피듯, 마음 역시도 이 계절 따라 척박 해지기도 하고 

또 풍요로워지기도 한다. 

겨우내 마른 나뭇가지는 녹은 눈의 물기와 적절히 변화하는 온도의 도움을 받아 고난의 시절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고 싹을 틔워 잎을 올린다. 

그런 시절이 계절을 쫓아가면 우리네 생활마저 건조하다고 느낄 때가 되면 종종 나른한 무기력 증에 

빠지게 된다. 

때론 의도치 않게 주변과의 고립으로 삶이 피폐해지는 시기도 급작스레 다가온다. 

바로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다. 

역시나 “가난해지면 사람 역시도 없어진다”라는 말이 옳은 것 같다.


'그런 가난해진 삶에 제동(breaks)을 걸고 싶은 시기'가 있다.

쉼 없이 달리다 멈추고 쉬고 있지만 다시 시동을 걸고 무한질주를 하고 싶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태이다.

작은 여유라는 틈이라도 내면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실 수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신중히 골라볼 수도 있고, 때로는 간단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종일의 힘듦이 그 작은 틈으로 인해 가득 행복해지기도 한다.
 

다만, 그 과정에는 '의지'가 필요하다. 

잘 보이지 않는 빛을 찾아내고, 따라가 보려는 의지, 

늘어진 몸을 이불 밖으로 빼내어 보려는 의지. 

하루를 가난하게 방치하지 않고 움직이는 의지, 

씩씩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돌보려는 의지, 

그것 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이미 풍요로워지고 있다.

 

그런 때에 또 가난해진 마음을 달래 줄 시간과 방법 역시도 필요하다.

그 깊이가 깊을수록 스스로 마음을 면밀히 돌볼 필요가 있다.
 가난하고 척박한 하루 속에서 선택한 방법은 마음을 풍요롭게 살려 내는 것이다.
 도저히 어떻게 힘을 끌어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그래도 찾을 사람이 필요해진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사실 행복한 일이다.

이때 초라함을 떨쳐내고 삶의 나아갈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글쓰기나 오후 종일 걸으며 사람구경 물건 구경하는 ‘재래시장 돌아보기’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멋진 친구 같은 후배들과 만난다.

결국 가난해진 마음을 달래고 녹이는 건 사람, 주변의 후배이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는 위로와 격려는 큰 힘이 된다.

이런 힘이 보내는 응원과 위로는 다시금 내일 하루를 살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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