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비 그친 오랜만에 나선 늦은 저녁 깊은 밤 산책 길,
어디선가 누군가 가늘고 긴 우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 복도, 계단에 내려서서 들으니,
“에이, 울음소리가 아니잖아”!
고양이 울음소리인가?
그렇게 아파트 옆 샛길을 지나가다 서다 놀이터가 있는 공원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 놀이터 구석 벤치에 어떤 사내가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하고 울고 있었다.
가로등도 없는 데서 성냥불 켜 대듯이 깜박깜박거리며 한참 동안 울고 있었다
한참 멍하니 쳐다보다가 묵묵히 바라보다 돌아와 뒤척대다 결국 잠들었다.
이른 아침 자리에 창밖을 보다가 문득 어제 본 것이 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 길에 슬쩍 가 보니 바로 거기, 누군가 짙은 회한을 토해낸 흔적이 있었다.
누구나 단단한 벽 앞에서 뒤돌아 고개만 젖혀야 했다면,
거기에 걸을수록 좁아지는 길을 걸어왔다면,
시위가 점점 어두워지는 벤치에 혼자 주저앉아야 했다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순간 절로 치밀어 오르는 ‘엄마’라는 말.
이젠 잊고 산지도 꽤 오래됐지만.
세상에 태어난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웠고, 가장 많이 불렀으며,
또 어느 순간부터는 가장 자주 속으로 삼켜야 하는 말이 ‘엄마’라는 단어였다.
이미 맛볼 수 없는 설악산 깊은 샘물로 담근 함경도식 식혜, 젓갈 없이 생 명태가 그대로 담긴 김치와 동치미 물김치는 여전한 기억이다.
함께 보내온 여동생의 동해바다 냄새가 무릇 나는 싱싱한 갓 말린 생선들이 늦여름이 지나 가을이 성큼 다가오게 한다.
좁쌀의 까칠한 한경도식 식혜는 없던 입맛이 돌아오고 잃었던 생기마저 돌아온다.
내 몸에 녹음된 해변의 파도 소리,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의 기억을 꺼내 준다.
명태김치 하나만 먹었을 뿐인데, 내 몸이 잠시 동해바다와 산내음이 가득한 숲이 된 기분이었다.
어떤 음식은 미묘한 화음을 주고 잊었던 언어로 춤추게 한다.
이걸 안 보내주시면 어쩔 뻔했나?
막상 그 맛난 추억은 배추 사러 버스로 하루의 절반을 쓰고 돌아오는 엄마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젠 다시 먹을 수 없는 기억의 음식으로 남는다.
치매로 과거의 기억도 가물거리시는 모습도,
이젠 엄마라고 불렀던 그 이름마저도 생경스럽기만 하다.
아무도 혼자서만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 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