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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Apr 30. 2024

사주팔자


살면서 점이나 사주팔자를 보러 간 적은 없다. 가끔 일이 안 풀리고 걱정거리가 생길 때 한번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한 적은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를 꿰뚫어 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탓이다. 사실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지인이 재미로 봐준 타로점을 접한 이후로 가끔 유튜브로 유명한 타로 풀이를 심심풀이로 보는 정도다.      


최근 들어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듣고 큰 맘을 먹고 집 인근에 있는 철학관을 찾았다. 신을 모시는 점집이 아닌 사주풀이를 해준다는 말에 그나마 가능했던 일이다. 혼자 가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주말 오후로 예약을 하고 그곳을 방문했다. 약속시간보다 살짝 일렀지만 대기자가 없는듯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를 비롯해 가족들의 사주를 물었고 그렇게 40여분 정도 자분자분 이야기가 계속됐다. 용한 무당처럼 나의 삶을 꿰뚫어 맞추기보다는 이러한 기질을 타고났으니 저렇게 하면 좋다는 말들이 주를 이뤘다. 가끔은 신기하게 가족들의 성향이 딱 들어맞기도 해 정말 사람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까 새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직장운과 결혼에 대해 궁금해하던 아들에게 사주풀이를 가감 없이 전해주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는 것만 재확인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분이 했던 말에 혹여나 좌지우지될까 살짝 염려도 앞선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기대 반 재미 반으로 찾았던 철학관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쓸데없는 일을 했다며 지청구를 준다. 말인 즉 그런 걸 믿느냐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나의 운명이나 미래가 궁금해지고 누군가에게 해결책을 듣고 싶어 진다는 것은 어쩌면 삶이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혼자 풀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거나 잘 될 거라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왔지만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고 믿었기에 누군가에 의지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마음까지 더불어 약해진 건지, 아니면 요행을 기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차마 못 했던 속사정을 조금이나마 털어놓고 날, 그가 말한 내용을 전부 믿지는 않지만 조심할 것은 조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마음을 기울이고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삶 또한 내가 원하는 대로 나아갈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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