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일(화)]
일과 후 저녁 7시 30분에 뉴델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인도 외무부 행사에 참가했다. 아린담 바그치 외교부 대변인이 3년간 대변인 역할을 마치고 제네바 대사로 발령 나 후임을 소개하는 만찬 행사였다. 바그치 대변인을 만나 악수를 나눴다. 그에게 인도 내무부 산하 언론공보국(PIB) 발행 외신 기자증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다짜고짜 '민원'을 했다.
그랬더니 부하직원을 불러줬다. 그 부하직원에게 지난해 8월 신청한 PIB 외신기자증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알아보겠다"고 가볍게 말했다. 또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결과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화이트 와인에 핑거 푸드를 먹고 있는데, 인도인 기자가 인사를 건네며 말을 걸어왔다. 40대로 보이는 이 친구는 매주 화요일 종일 단식하는 독실한 힌두교 신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날도 화요일이이서 단식중이라고 했다. 다만 물과 우유만 마신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마하트마 간디도 단식하는 등 독실한 힌두교 신자라고 했더니 "그 분은 단식을 길게 했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종종 간디처럼 단식한다고 이야기해줬다.
또 블룸버그 통신 소속 34세 남성 기자와도 인사를 나누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그는 고국에서 10년간 기자 생활을 하고 두바이를 거쳐 델리에 와서 현재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기사를 작성할 때 인도인 공무원에게 코멘트를 구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렇게 시도해본들 통화도 잘 안되고 통화가 되더라도 코멘트를 잘 해주지 않아 포기한 지 오래 됐다고 솔직하게 말해줬다. 그가 격하게 동감했다.
나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뉴델리에서 특파원 생활을 할 때 파키스탄에 출장을 갔다가 귀국길에 카불 공항에 들러 당했던 황당한 일도 그에게 알려줬다. 카불 공항 직원에게 4시간여 동안 여권을 압수당한 일이다.
그랬더니 그는 당시 공항 직원이 직업 등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질문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러면 나를 스파이일 수 있다고 보고 그랬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 기자가 한 순간에 스파이로 둔갑할 수도 있었다니 어이가 없었다.
블룸버그 기자는 그럼에도 여권을 일시나마 압수했다가 되돌려준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델리 인근 도시인 노이다에서 아내, 외동딸과 살고 있다고 말했다.
70세로 보이는 인도인 노인과도 대화했다. 의사라는 이 노인은 자신이 한국을 방문한 일이며 손녀가 한국에서 3년간 공부했고 딸이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다고 자랑해 댔다. 묻지도 않았는데도. (의사가 이 행사에 어떻게 참가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자신은 자녀를 엄하게 교육했다고 했다. 손녀 딸은 인도어 2개, 영어, 스페인어 등 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앨범에서 손녀딸 사진을 찾아 보여주기까지 했다. 딸은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온다고 내게 말했다.
[2024년 1월 3일(수)]
아내와 두 아들은 델리 시내에 위치한 쿠트브 미나르를 구경하러 외출했다. 힌두교와 이슬람 양식이 혼재된 높이 73m의 5층 석탑이다. 무슬림이 인도 정복을 기념해 세운 탑으로 1193년 착공해 1368년에 완공했다. 경내에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모스크)이 있다.
아내는 지난해 나와 함께 쿠트브 미나르에 입장할 때는 현지인과 같은 20루피의 요금으로 입장했는데, 이번에는 외국인등록증을 가졌는데도 550루피를 주고 입장권을 구입했다며 불평했다.
인도 당국의 정책이 바뀐 것인지 직원이 일부러 그렇게 요금을 징수했는지 모를 일이다.
오후 5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로빈이란 이름의 인도 외무부 직원이었다. 2일 저녁 아린담 바그치 대변인의 송별 만찬때 내가 그에게 언급한 언론공보국(PIB) 외신기자증 발급 지연건 때문에 전화했다는 것이다.
작년 8월에 신청한 기자증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등 설명을 재차 로빈에게 해줬다. 그랬더니 관련 문건을 달라고 했다. 최근에 받은 PIB 메일을 이메일로 보내줬더니 더 보내달라고 해서 PIB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입력한 전량을 다운로드해 다시 보내줬다. 그러고 나서 왓츠앱을 통해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고 알려줬다. 이후 'OK'라고 답이 왔다.
그놈의 기자증. 지겹다. 인도가 인프라 전반이 디지털라이제이션돼 있다는 데 옛 습성인 관료주의가 남은 탓일까? 작년 8월에 신청한 기자증이 해를 넘기고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지난 번에 외무부 직원은 기자증 발급 지연건과 관련해 "(외교부에서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PIB 손에 달려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저녁 식사로는 유통기한이 막 지난 짜파게티를 끓여 온 식구가 함께 먹었다. 그러고서 애들과 함께 9층에 올라가 당구를 쳤다. 내기 당구를 쳤는데 번번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