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다의 청사진: 북극해 2화

2화: 붕괴된 수에즈, 열린 북극

by 사우스파크

2화: 붕괴된 수에즈, 열린 북극


[국제해사기구(IMO) 긴급보고서 2031-03-23]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 2031년 3월 22일 오전 6시 42분, 파나마 국적 초대형 컨테이너선 'MSC Universe'(길이 400m, 폭 59m)가 강풍으로 인해 운하 남단에서 좌초.

선체가 운하를 완전 차단하며 양방향 통행 불가 상태.

예상 복구 기간 최소 2개월.

대기 선박 수 1,247척(3월 30일 기준).

글로벌 물류비 지수 전주 대비 340% 폭등.





프롤로그: 바다가 멈춘 날

그리고 만약에 세계의 혈관이 막힌다면,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는 어떻게 반응할까?


2031년 3월 22일 오전. 이집트 수에즈만의 새벽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다. 운하 양쪽으로 수백 척의 배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척이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는 동서양을 잇는 인류 문명의 대동맥이었다.

그 순간 시속 80킬로미터의 강풍이 불어왔다.


'MSC Universe'의 선장 마르코 페레이라는 조타실에서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All stop! Drop anchor!" 하지만 이미 늦었다. 400미터 길이의 거대한 선체가 모래사장에 비스듬히 박히면서 운하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그 순간부터 지구의 무역은 멈췄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하루 120억 달러 규모의 화물이 이동한다. 유럽으로 향하는 아시아의 전자제품, 중동의 석유, 아프리카의 원자재가 모두 이 134킬로미터 수로를 거쳐 간다. 그 흐름이 갑자기 차단된 것이다.

운하 관리청 직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을 조사했을 때, 그들은 경악했다. 선박이 운하 바닥 깊숙이 박혀 있었고, 선미 부분이 동쪽 제방에, 선수 부분이 서쪽 제방에 걸쳐 있었다. 마치 거대한 철제 다리가 운하를 가로지르고 있는 형상이었다.



1. 첫 번째 파동: 숫자가 만든 공포

[한국무역협회 긴급분석 2031-03-25]

수에즈 봉쇄로 인한 한국 경제 파급효과: 한국 총 수출의 23%가 수에즈 경유. 일일 손실 규모 47억 달러.

대체 항로(희망봉 경유) 이용시 운송비 2.3배 증가, 운송 기간 2주 연장.

주요 피해 업종: 반도체(35%), 자동차(28%), 석유화학(19%).

정부 차원의 긴급 대응책 마련 시급.


서울 중구 을지로 대한상공회의소 19층 대회의실. 3월 25일 오후 2시에 긴급소집된 경제계 비상회의가 열렸다. ㄷ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것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30대 그룹의 회장과 사장들이었다.

"현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무역협회장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충격적인 숫자들이 떠올랐다.

"수에즈 운하 봉쇄 4일째, 우리나라 수출 물동량의 23%가 발목이 잡혔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현대자동차, LG화학 제품들이 지중해에서 대기 중입니다."

SK그룹 물류담당 부회장 오지혁이 손을 들었다.

"대체 항로는 검토하셨습니까?"

"희망봉을 돌아가는 방법이 있지만, 2주가 더 걸리고 운송비가 2배 이상 늘어납니다."

"2주라고 하셨나요?"

현대중공업 사장이 끼어들었다.

"저희 조선소에서는 일주일만 늦어져도 선박 인도 일정이 완전히 꼬입니다. 2주는 재앙 수준입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오지혁이 다시 발언했다.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북극 항로는 어떻게 된 겁니까?"

한국무역협회장이 자료를 뒤적였다.

"아, 그것 말씀이시군요. 해양수산부에서 작년부터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연구가 아니라 실행이 필요합니다. 당장."

오지혁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는 SK그룹에서 20년간 글로벌 물류를 담당해온 베테랑이었다.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북극 프로젝트 담당자를 지금 당장 불러주십시오."




2. 두 번째 파동: 얼음 위의 희망

그날 오후 4시. 임연제와 한재성은 급히 대한상공회의소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연제는 휴대폰으로 최신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재성 박사님, 상황이 심각합니다. 수에즈 복구에 최소 2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에게는 기회겠네요."

재성의 차분한 대답에 연제가 고개를 돌렸다.

"기회라고요?"

"위기는 곧 기회죠. 이제 사람들이 대안의 필요성을 실감할 테니까요."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30여 명의 경제계 인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제는 잠시 위축되었지만, 재성은 오히려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북극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오지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연제가 노트북을 열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수에즈 경유 대비 7,000킬로미터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운송 기간은 일주일, 연료비는 30% 절약됩니다."

"언제부터 가능합니까?"

삼성물산 사장이 질문했다.


"시범 운항은 올해 안에 가능합니다. 다만 투자와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얼마나요?"

"1차 투자 규모는 약 3조원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3조원은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안전합니까? 북극이라는 곳이..."

롯데그룹 회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성이 나섰다.

"빙상 두께와 항로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시드'라고 부르는데, 위성 데이터와 해양 센서를 통합 분석해서 최적 항로를 제시합니다."

"AI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가진 마법이었다.



재성이 노트북을 조작하자 화면에 북극 지도가 떠올랐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빙상 데이터와 권장 항로가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시드는 72시간 전까지 빙상 변화를 99.2% 정확도로 예측합니다."

"놀랍군요."

현대해운 사장이 감탄했다.

오지혁이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언제 시작할 수 있습니까?"

연제와 재성이 서로를 바라봤다. 연제가 대답했다.

"투자만 확정되면 6개월 안에 첫 번째 시범선을 출항시킬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투자하겠습니다."




3. 세 번째 파동: 돈이 모이는 곳

[조선비즈 특별기획 2031-04-15]

'폴라-AI 허브' 착공식: 부산 북항 매립지에 총 사업비 5조원 규모의 극지 해운 복합단지 조성.

삼성, 현대,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등 7대 그룹과 해외 사모펀드 3곳이 컨소시엄 구성.

2031년 하반기부터 극지형 선박 건조와 AI 기반 항로 관제 서비스 개시 예정.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지원.


2031년 4월 15일 부산 북항. 매립지 한가운데 세워진 임시 무대에서 착공식이 열렸다. 태극기와 함께 흰색 바탕에 파란 북극곰이 그려진 '폴라-AI 허브'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무대 위에는 7대 그룹 회장들과 부산시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옆에 연제와 재성도 함께했다.

"오늘은 대한민국 해운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는 날입니다."

부산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폴라-AI 허브가 완공되면 이곳에서 연간 50척의 극지형 선박이 건조되고, 전 세계 북극 항로의 70%를 관제할 예정입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중석에는 조선소 직원들과 부산 시민들이 자리했다.

재성이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여러분, 화면을 봐 주십시오."

대형 스크린에 3D 애니메이션이 시작되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향했다. 그리고 러시아 연안을 따라 북극해를 통과해 노르웨이 바다에 도착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이것이 바로 시드가 계산한 최적 항로입니다. 실시간 빙상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길을 찾아줍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AI 예측 화면이 나타났다. 북극 지도 위에 색깔별로 위험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초록색은 안전, 노란색은 주의, 빨간색은 위험을 의미했다.

"시드는 위성 영상, 해양 부이, 기상 데이터를 종합해서 72시간 후까지의 빙상 변화를 예측합니다. 마치 북극의 날씨를 미리 아는 것과 같습니다."

오지혁이 무대로 올라왔다.

"저는 30년간 글로벌 물류를 담당하면서 이런 혁신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항로 개척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해양 플랫폼 국가로 도약하는 출발점입니다."




4. 네 번째 파동: 러시아의 계산법

[타스통신 2031-05-20]

북극해 항로 사용료 인상 발표: 러시아 교통부는 외국 선박의 북극해 항로 통행료를 기존 대비 100% 인상한다고 발표.

추가로 러시아 국적 승무원 최소 5명 의무 탑승 조항 신설.

"북극해는 러시아의 전통적 영해이며, 환경 보호와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

국제해사기구는 일방적 결정에 대해 유감 표명.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러시아 교통부 청사. 5월 20일 오후, 북극해항로청 청장 드미트리 볼코프는 창밖의 모스크바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한국의 북극 프로젝트 관련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두꺼운 보고서와 함께 '폴라-AI 허브' 착공식 사진도 있었다.

"한국인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군."

드미트리는 중얼거렸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해양대학을 졸업한 후 30년간 북극 해운 업무를 담당해온 전문가였다. 북극해가 러시아에게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청장님, 부총리님께서 오늘 오후 4시에 회의실로 오시라고 하십니다."

"알겠습니다."

드미트리는 자료를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러시아 정부 내에서도 북극 정책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강경파는 북극해를 러시아만의 전유물로 만들자고 주장했고, 온건파는 국제 협력을 통한 상생을 주장했다.

오후 4시. 정부청사 회의실에서 부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모였다.

"한국의 북극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부총리가 회의를 시작했다.


"현재 그들이 제시한 조건은 우리에게 불리합니다. 우리 쇄빙선을 이용하면서 사용료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국방부 차관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북극해는 우리의 전략적 자산입니다. 외국에게 쉽게 내줄 수 없습니다."

드미트리가 손을 들었다.

"청장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조건을 재협상해야 합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첫째, 사용료 100% 인상. 둘째, 러시아 승무원 의무 탑승. 셋째, 환경 모니터링 공동 수행."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부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진행하십시오."




5. 다섯 번째 파동: 얼음을 녹이는 협상

그리고 만약에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면, 그 해결책은 Win-Win이 아닌 Win-Win-Win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31년 6월 3일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임연제는 -5도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러시아 땅을 밟았다. 한국 정부 협상단 5명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북극항로 사용 조건을 재협상하러 온 것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연제는 협상 전략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러시아 측이 제시한 조건은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용료 2배 인상은 그렇다 쳐도, 러시아 승무원 의무 탑승은 안전과 기밀 유지에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연제는 드미트리 청장과 별도 미팅을 가졌다. 장소는 모스크바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였다.

"청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제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시작했다.

"지금 러시아 측이 제시한 조건으로는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습니다."

"그럼 어떤 조건을 원하십니까?"

드미트리가 반문했다. 연제는 준비해온 자료를 펼쳤다.

"저희는 단순히 북극을 이용만 하려는 게 아닙니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싶습니다."


화면에는 '그린 쉬핑(Green Shipping)' 개념도가 나타났다.

"저희 극지형 선박은 기존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줄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러시아와 공유하겠습니다."

드미트리의 표정이 바뀌었다.

"기술 공유라고요?"

"네. 친환경 선박 기술과 AI 빙상 예측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자는 제안입니다."

연제가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갔다.

"그리고 탄소세 절감분의 50%를 러시아와 공유하겠습니다. 이것은 기존 사용료보다 훨씬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탄소세 절감분이요?"

"EU가 2035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탄소 국경세에서 우리 친환경 선박은 면제 혜택을 받습니다. 그 절약분을 러시아와 나누자는 겁니다."

드미트리가 계산기를 꺼내 숫자를 입력했다. 연간 절약 예상액이 50억 달러였다. 그 절반이면 25억 달러. 기존 사용료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흥미로운 제안이군요."

"그리고 러시아 승무원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어떨까요?"

연제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한-러 공동 항해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북극 전문 승무원을 함께 교육하는 겁니다. 안전성도 확보하고 인력 교류도 늘릴 수 있습니다."

드미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에 건의해 보겠습니다."




6. 여섯 번째 파동: 첫 번째 출항

[부산일보 2031-08-15]
극지형 1호선 'H-Polar Pioneer' 북극해 시범항해 출발: 부산항 제1부두에서 북극해 항로 첫 시범선이 출항. 선장 이동해(58) 외 승무원 22명, 한-러 공동 항해사 5명 탑승. 목적지는 노르웨이 트롬쇠항. 예상 항해 일수 14일. AI 시스템 '시드'가 실시간 항로 안내 담당. 성공시 9월부터 정기 화물선 운항 개시.



2031년 8월 15일 광복절 오전 10시. 부산항 제1부두는 축제 분위기였다. 극지형 컨테이너선 'H-Polar Pioneer'가 북극해를 향해 첫 출항하는 날이었다.

선박 길이 300미터, 폭 50미터의 이 배는 기존 컨테이너선과는 확연히 달랐다. 선수 부분이 쇄빙선처럼 날카롭게 설계되어 있고, 선체 전체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었다.

부두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태극기와 함께 북극곰 로고가 그려진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였다.

연제와 재성은 선장실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시드 시스템 상태는 어떻습니까?"

재성이 항해사에게 물었다.

"모든 센서가 정상 작동 중입니다. 현재 권장 항로가 화면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대형 모니터에는 한반도에서 시작해서 오호츠크해, 베링해, 북극해, 노르웨이해로 이어지는 파란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

"빙상 예측은 어떻습니까?"


"향후 72시간 동안 항로상 빙상 두께는 평균 1.2미터. 안전 항해에 문제없습니다."

선장 이동해가 조타실로 들어왔다. 그는 30년간 극지 운항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출항 준비 완료했습니다."

부두에서 축하 행사가 시작되었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격려사와 함께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축하 연주가 이어졌다.

오전 11시. 드디어 출항 시간이 되었다.

"H-Polar Pioneer, 출항합니다!"

선장의 선언과 함께 거대한 경적이 울려 퍼졌다. 선박이 천천히 부두를 떠나기 시작했다.

부두의 시민들이 손을 흔들었다. 배 위의 승무원들도 답례로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시작이네요."

연제가 재성에게 말했다.

"네. 이제 진짜 시험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북극해 어딘가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에필로그: 바다가 숨긴 비밀

북위 78도, 카라해 동쪽 해역. 8월 25일 밤 11시.

'H-Polar Pioneer'는 순조롭게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시드 시스템의 예측대로 빙상 상태는 양호했고, 날씨도 맑았다.

조타실에서 당직 항해사가 레이더를 확인하고 있을 때, 화면에 이상한 신호가 포착되었다.

"이건 뭐지?"

레이더 화면 전방 5킬로미터 지점에 거대한 덩어리가 나타났다. 빙산으로 보이기에는 모양이 이상했다. 마치 수중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선장님, 이리 와 보십시오."

선장이 급히 조타실로 왔다.

"저게 뭔가?"

쌍안경으로 확인해보니, 그것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형태의 빙산이었다. 높이 50미터, 폭 200미터 정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빙산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속 3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남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시드에게 물어보자."

항해사가 AI 시스템에 질문을 입력했다.

"시드, 전방 5킬로미터 지점의 빙산을 분석해 줘."

몇 초 후 답변이 나왔다.

"분석 결과, 해당 빙체는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형태입니다. 지하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출로 인한 급속 빙결 현상으로 추정됩니다."



선장이 당황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라고?"

그때 무선통신기에서 러시아 해안경비대의 메시지가 들렸다.

"H-Polar Pioneer, 이쪽은 무르만스크 해안경비대입니다. 현재 위치에서 예상치 못한 빙체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주의 항해 바랍니다."

선장이 답했다.

"확인했습니다. 현재 빙체를 우회 중입니다."

하지만 시드의 화면에는 더 충격적인 정보가 나타나고 있었다. 주변 해역 곳곳에서 비슷한 빙체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마치 바다 밑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북극해가 인간의 계산보다 훨씬 복잡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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