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독오독 떨면서도 코트만 입는 얼.죽.코를 위한 변명
나는 얼죽코이다. 덜덜덜덜 추워 떨면서도, 얼어죽어도 코트만 입는다.
사실 나에게는 1년에 두 계절이 있을 뿐이다. 겨울. 그리고 겨울이 오기까지. 무엇을 사색하고 안으로 침잠하고 내안 깊숙히 파고들어 살펴보고 다시 고요히 감은 눈을 뜨고 찬찬히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기에 겨울처럼 좋은 계절이 있을까.
겨울은 보이는것의 성장을 멈추고 보이지 않는것의 뿌리를 단단하게 키우는 시기이다. 겨울에는 모든 식물과 동물들이 온몸을 웅크리듯이, 시간도 압축된 것 같다. 시간의 중심에 들어가 앉아있으면 응축된 그 안에서 나는 무한정 더 깊은 시간을 누린다. 나를 둘러싼 세상의 질량이 한층 무겁고 농밀한 느낌이랄까. 비단으로 손수 솜을 이고 갓지은 솜이불을 덮은 것같이 차갑지만 포근한 느낌이다.
이렇게 차가운 겨울날에는 냉랭하고 찬 기운 속에 만지면 보드랍고 피부엔 적당히 까글까글한 니트옷을 입는 게 좋다. 어차피 따뜻할 것이라면 여름에 그냥 따뜻한 것과 겨울에 옷을 껴입고 따뜻한 것이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밖은 차가은 상태에서 따뜻한 옷으로 내몸을 감싸는게 좋다. 그래서 외투도 왠만하면 코트를 고집한다. 패딩이나 두꺼운 옷을 입으면 니트의 부드러움과 함께 몸에 시리는 찬 바람의 기운을 느끼기 어렵다.
"Winter is Coming"
유명한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이다. 줄거리가 워낙 복잡하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7개 왕국이 절대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전투, 합종연횡, 배신, 연맹을 오가는 이야기인데, 7 왕국을 넘어선 북쪽에 방벽 The Wall 이라는 곳이 있다. 이 벽 너머에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력이 있어 이 벽을 지키는 것이 7왕국 전체의 마지막 보루이자 임무이다. "겨울이 오고있다"는 말은 실제로 겨울이 온다는 것 뿐만 아니라 위험이 오고 있다는 말이다.
*참고* 위기의 시대, 대비의 언어: 왕좌의 게임의 교훈
https://share.google/benIEY4ZRQ2WYsrnb.
어디서 들었는데, 계절성 정서장애라는게 있다고 한다. 11월~3월경까지 겨울 동안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겪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다. 식당에 가면 샤시문 바깥쪽에 계절메뉴라고 큼지막히 써 붙여놓은걸 볼 수 있다. 한여름엔 냉면, 한겨울엔 단팥죽. 그런 계절메뉴처럼 사람에게도 계절마다 찾아오는 성격장애가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그반대이다. 유독 날이 아쓸아기 차가워지는 겨울 언저리가 되면 에너지가 더 솟는다. 뭔가 더 기쁜일이 일어날 것 같아 가만히 집에 앉아있을 수 없다. 그럼 나는 계절성조울증인가? 겨울에만 유독 더 즐거워지는 것도 일종의 장애라면 장애이니, 그렇게 불러볼 수도 있겠다.
컴온,,, 윈터,,,
바라건대, 일년의 반이 겨울이고 나머지는 겨울을 기다리는 동안, 간기였으면 좋겠다. 겨울 기간(10~3) 동안은 여행도 하고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뭘해도 신날 것 같다. 겨울이 아닌 시간 비 겨울기(4~9월) 동안은 열심히 일 해야지^^. 최대로 겨울기, 동절기를 9~4월, 비겨울기를 5~8월로 해서 겨울이 긴 곳에서 살고싶다. 비겨울기는 어디서든 즐겁게 일 할 수있다. 겨울기. Winter Season 만 보장된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