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 빼고 다나와...
치즈케잌 조각 같은 한평 집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무명시절 기찻길 옆 세모난 모양의 한칸짜리 방에서 살았던 때를 추억한 적이 있다. 치즈케잌 같은 작고 이상한 모양의 방에서 신혼살이를 했지만, 햇빛이 좋으면 철로 옆에서 거닐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가진 것도 없고 보장된 것도 없지만 그 작은 방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각자 취향은 다 다르겠지만 한시간만에 무조건 기분이 좋아질 팁을 나눠볼까 한다. 획기적으로 사정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몇푼 안되는 돈으로 당장의 기분을 전환하고, 내일 일은 내일 도모해보자...
기분도 꿀꿀하고, 그냥 피로하거나 힘들때는 근처 사우나 가서 한시간 푹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나오자. 돈이 좀 있거나 그날따라 찌뿌둥 하다면 큰맘 먹고 때밀이 서비스를 받아보자. 3만원 정도 드리면 한 삼십분 따땃한데 누워서 시원하게 때도 절로 밀고 꿀잠도 잘 수 있다. 때밀고 나오면 몇십만원 하는 마사지가 안부럽다.
갓구운 빵냄새가 진동하는 빵집까페에 가보자. 버터를 넣고 만드는 갓구운 빵은 그 종류에 상관없이 냄새만 맡아도 풍요롭고 달콤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빵은 조금만 먹어도 되니 빵집에 앉아 그 냄새를 맡기만해도 우리는 쉽게 즐거워진다. 혹여라도 호텔 라운지 옆에 베이커리가 있어서 그 옆에 자리잡고 여유를 느낄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먹방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 나와서 동네 한바퀴 돌며 직접 빵집에 가는걸 추천한다. 그래.. 우리에겐 빵이 있다.
가까운 재래시장에 가보자. 아침 일찍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에 가보면 더 좋겠다. 그게 안되면 동네시장 가도 된다. 가서 매일 문여는 가게를 지나며 장사하는 사람, 물건 사는 사람, 종일 아무것도 못팔고 좌판을 정리하는 사람.. 배달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들의 좌판과 의자와 보따리 사이를 걷다보면 나의 고민이 별거아니고 나의 어려움도 별거아니며, 이정도면 나도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꺼다. 오히려 내가 방금까지, 어제까지 무엇때문에 그렇게 골머리를 앓았나 싶다. 그리고 수중에 돈 얼마라도 있으면 뭐든 5천원어치 사봐라. 콩나물, 상추, 철 지난 체리, 따끈따끈한 두부, 순대 어느 것이든 까망색 봉지에 가득 담아주실꺼다. 그걸 사들고 집에 돌아오다 보면 어느새 나의 고민과 피로는 사그라들 것이다.
여자라면 미장원에 가보고 남자들은 이발소 가서 샴푸하고 면도하고 돌아와보자. 머리 샴푸하고 가볍게 다듬어보자. 1센티 밖에 안잘랐는데... 2-3만원은 줘야 할것이다. 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데 왜 내가 돈을 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으나... 아낌없이 드리자. 의자에 앉아 사장님이 가위를 들고 사각사각 머리카락 자르는 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나는 꿀잠을 자고있다. 지난 밤엔 무슨 고민으로 그렇게 잠을 못이뤘는지... 오늘은 대낮에 미장원에서 코를 골게 될것이다. 단, 빡빡 밀면 안된다. 그럼 집이나 학교, 회사에 돌아가서 반항한다고 혼난다.
햇빛이 나면 밖으로 나가 볕 잘드는 까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멍때리자. 눈 오는날이면 눈오는 거 보고, 비오면 빗소리 들으며 멍때리자. 사실 이거는 굳이 햇빛 좋은 날이 아니어도 그날의 날씨를 민감하게 느껴보라는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통창이 있는 카페로 가서 창가 근터에 앉아 창틀이 흔들리고 창밖에 나뭇잎들이 흘러 나다니는 것도 지켜보아라. 사럼과 일에 치였을때 딱 한시간 만이라도 벆으로나와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나를 맡겨보자. 사장님 빼고....
햇빛이나, 눈, 비, 바람 같은 날씨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우리의 우울한 감정을 치유하는데 의외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