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쉽게 끌린다. 유창하고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뭔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다 보니 알게 됐다. 말 잘하는 것과 실력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실제로 전문가일수록 말을 아낀다. 자기 분야의 복잡함을 알기 때문에 쉽게 단언하지 않는다. 반면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확신에 찬 유창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그랬다. 당시 아테네에서는 아고라에서 시민들이 모여 다수결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재판도, 정치적 결정도 설득의 기술에 달려 있었다. 소피스트들은 바로 이 말하기 기술, 즉 수사학을 가르쳐 돈을 벌었다. 옳고 그름보다는 어떻게 옳아 보이게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소크라테스가 이들을 경계한 이유다. 화려한 말솜씨가 진짜 지혜처럼 보일 때, 사람들은 쉽게 속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7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람에게 크게 실망한 일이 있었다. 그는 확신에 찬 말을 많이 했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했다. 마치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저는 사막에 떨어뜨려도 그곳을 옥토로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말에 나는 어떤 환경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인 건 화려한 말뿐이었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고,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막을 옥토로 만든다는 그 말은 결국, 사막을 남의 피와 땀으로 덮겠다는 선언이었다. 아름다운 수사 뒤에는 벗들과의 절연과 남의 것을 슬쩍한 흔적만 있었다.
이 일을 겪으며 깨달았다. 언변이 좋은 사람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정확히 할 줄 안다. 그들은 상대의 가치관과 기대를 빠르게 읽고, 자신을 그에 맞춰 포장한다. 이건 일종의 재능이다. 하지만 그 재능이 실제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월스트리트에는 "말 잘하는 애널리스트를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실제로 가장 정확한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말이 적고 표현이 서툴다. 그들은 데이터와 씨름하느라 말을 다듬을 시간이 없다. 반면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주목받는 이들의 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테라노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스티브 잡스를 흉내 낸 검은 터틀넥을 입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기술은 작동하지 않았지만, 말은 완벽했다. 그 말의 힘으로 수십억 달러를 모았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의 때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주목받지만, 실제로 일을 해내는 건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문제를 설명하고, 말 없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한다.
탈무드에 이런 구절이 있다. "현명한 자는 귀가 두 개, 입이 하나인 이유를 안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많이 듣고, 덜 말한다.
우리 사회는 말 잘하는 사람을 과대평가한다. 면접에서,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창함은 곧 능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말의 화려함과 내용의 깊이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의 말이 아니라 결과물을 봐야 한다. 말은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성과는 시간이 필요하다. 진짜 실력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일관성으로 증명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화려한 언변에 감탄하기보다는, 조용한 실행력을 알아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말의 향기에 취하지 않고 진실을 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