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안갯속, 사실 수호의 복리
⏹️ 변화하는 IT 트렌드 속에서 본질을 찾아가는 [IT insight] 매거진입니다.
최근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AI 생성 가짜 영상들은 우리에게 섬뜩한 질문을 던진다. AI가 실전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사실 자체를 왜곡하여 대중의 판단을 흐리는 'AI 권력 체제(AI regime)'의 전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IT 현장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는 이것이 기술의 편익 뒤에 숨겨진 가장 치명적인 '엔트로피(무질서)'로 보인다.
알고리즘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오직 사용자의 주의를 끌고 자극적인 감정을 건드려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실'은 힘을 잃고, 분노와 혐오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인간 사회의 기초인 '신뢰'가 무너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깨어 있는 인간의 의지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강조했듯, 기술의 향방을 결정하는 권한을 시민이 되찾아야 한다.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려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사실 수호의 복리'를 이룰 때, 비로소 AI는 우리 삶을 파괴하는 권력이 아닌 보조 도구로 남을 수 있다. 이제 IT 인사이트의 핵심은 '어떤 기술을 쓸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사실을 지키며 공존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기술이 거짓을 완벽하게 모사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진정성'과 '비판적 사고'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된다. AI가 만든 화려한 영상보다 투박하더라도 진실된 기록 한 줄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기술의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사실의 가치를 끝까지 붙드는 리더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더 읽어보기: 2026.03.30. 윤석민 서울대언론정보학과 교수. "AI 시대에 사실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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