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참전, 중립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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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란 혁명수비대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테러 작전의 협조자'로 규정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AI와 ICT 기술이 표적을 식별하고 추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40년 IT 현장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는 이것이 기술이 가치중립의 영역을 벗어나 국가 권력과 결합된 'AI 권력 체제(AI Regime)'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인다.
과거의 전쟁이 총과 칼로 치러졌다면, 현대의 전쟁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치러진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병참 기지가 되고, AI 모델은 전략을 짜는 참모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국가 간 분쟁의 최전선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범용적인 서비스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때, 그 기업은 더 이상 비즈니스 논리만으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파편화되고 기술이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우리가 만든 코드가, 우리가 구축한 네트워크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기술의 성장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기술의 복리가 평화가 아닌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기술의 윤리와 통제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빅테크를 향한 보복 경고는 기술이 가진 가공할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기술은 만드는 사람의 손을 떠나는 순간,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본질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데 쓰이도록 감시하고 이끄는 '시민의 힘'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더 읽어보기: 2026.04.01. 민서연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 "구글 애플 등 美 빅테크, 테러 작전 협조" 보복 경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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