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NO YOKO - 黄河~揚子江

황하에서 양쯔강까지, 대륙을 흐르는 선율

by 연구소장
黄河~揚子江


첫 음이 울려 퍼지면 눈 앞에 드넓은 중화 대륙이 펼쳐진다. 황토빛 대지 위로 유유히 흐르는 황하의 물결. 저 멀리 남쪽 푸른 들판을 적시며 흐르는 양쯔강의 물줄기. "黄河~揚子江"는 1985년 코에이가 발매한 『삼국지1』에서 양주 지역의 테마 음악으로 등장한 곡이다. 이미 40년 가까이 된 게임이고, 실제로 플레이해본 사람은 극소수. 하지만 이 음악은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세 개의 소리, 무한한 우주

삼국지1이 출시 되었을 당시 PC-8801에서 흘러나오던 원곡은 지금 우리가 아는 웅장한 선율과는 거리가 멀다. 삐-삐- 소리가 나는 전자음 3개로 만들어진 음악. 그것이 전부다. 와세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던 칸노 요코가 코에이에 발탁되어 마주한 것은 바로 이런 극도로 제한된 창작 환경이었는데 80년대 중반의 컴퓨터는 동시에 낼 수 있는 소리가 단 3개뿐이었다. 그중 하나는 드럼이나 리듬을 위해 써야 한다. 실질적으로 멜로디와 화음을 위해서는 두 개의 소리만 사용할 수 있다.


三國志1 Soundtrack


그녀는 훗날 이렇게 회상한다.

"당시 게임 음악은 단 3개의 사운드만 사용할 수 있었고, 그중 하나는 리듬에 할애해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두 개의 사운드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바흐처럼 대위법적인 작곡만 할 수 있었죠."

제약은 오히려 그녀를 단련시킨다. 클래식 훈련을 받은 그녀는 이 '우아한 감옥' 속에서 멜로디와 화성, 대위법의 본질에 집중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처음부터 오케스트라 버전이 제작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다는 점. 머릿속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PC-88의 제한된 성능에 맞춰 '역설계'하는 방식이다. 칩튠 속에는 항상 '오케스트라의 유령'이 깃들어 있다.



강물처럼 흐르는 선율

1993년 칸노 요코가 코에이 시절 만든 게임 음악들을 재편곡한 음반 『KOEI Game Music Works: Kanno Yoko Collections』라는 앨범이 조용히 세상에 나온다. 이 앨범 속 "黄河~揚子江"는 원곡이 품고 있던 가능성을 마침내 펼쳐 보인다.


1993년 어레인지 버전에서 피리와 현악기가 그려내는 선율은 수천 년 역사를 품은 강물처럼 깊고도 느리게 흐른다. 펜타토닉 스케일이 만들어내는 동양적 정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음악을 지배한다. 얼후를 연상시키는 현의 울림, 대금을 닮은 관악기의 숨결. 이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광활한 대륙의 바람소리가 되어 귓가에 머문다.


곡의 중반부, 리듬이 더해지며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된다. 전쟁의 북소리인가, 아니면 역사의 수레바퀴 소리인가? 하지만 이내 다시 고요해진다. 영웅들의 꿈과 야망도, 전란의 비극도 모두 강물에 실려 흘러간다. 남는 것은 오직 대지와 강물, 그리고 세월뿐.



두 강이 전하는 메시지

두 강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것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황하는 중국 문명의 요람이자 북방의 상징이며, 양쯔강은 남방의 젖줄이다. 서로 다른 길을 흐르는 이 두 강은 결국 같은 바다로 향한다. 위나라, 촉나라, 오나라가 천하를 놓고 다투었지만, 결국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듯이.


음악의 처음과 끝이 같은 선율로 회귀하는 구조는 역사의 순환을 말한다. 영웅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왕조는 일어났다가 무너진다. 하지만 강물은 변함없이 흐른다. 중반부의 긴장감이 폭발하지 않고 다시 가라앉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쟁의 승패, 영웅의 성공과 실패, 모든 것이 시간의 강물 속에서는 작은 물결에 불과하다.


이 곡은 『삼국지1』과 『노부나가의 야망: 전국판』(1986) 두 게임에 모두 사용된다. 중국의 삼국시대와 일본의 전국시대, 서로 다른 역사를 하나의 음악이 품었다. 칸노 요코가 그린 것은 단순히 중국의 강이 아니다. 그녀가 포착한 것은 '제국의 여명'이라는 추상적 개념 그 자체다.



게임을 넘어선 예술

코에이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은 느리고 지적인 게임이다. 군사, 외교, 내정을 신중하게 관리하며 천천히 세력을 확장해가는 과정.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액션'은 종종 지도 위의 숫자 변화로만 표현된다. 이러한 정적인 환경에서 칸노의 음악은 드라마 그 자체가 된다.


평화로운 내정 테마에서 긴장감 넘치는 군사 테마로 음악이 바뀌는 순간, 그것은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신호다. 음악은 배경을 넘어 플레이어의 감정과 전략을 이끄는 능동적인 시스템. "黄河~揚子江"는 화면 속 정적인 지도를 살아 숨 쉬는 세계로 만든다. 단순한 숫자와 데이터로 표현되던 국가 운영이 이 음악과 함께 야심에 찬 군주들의 드라마로 변한다.



시작의 기록

『카우보이 비밥』의 재즈, 『공각기동대 SAC』의 전자음악,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화려한 보컬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는 칸노 요코. 그 모든 것의 씨앗은 이미 "黄河~揚子江"에 뿌려져 있다. 동양과 서양의 융합,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멜로디를 통한 스토리텔링.


20대의 젊은 작곡가가 극도로 제한된 환경에서 보여준 야심과 철학은 훗날 그녀가 펼칠 모든 음악 세계의 청사진이다. 1993년 편곡은 그녀가 처음부터 꿈꾸었던 완전한 비전의 실현. 8비트 시대의 제약을 벗어난 음악은 더욱 풍성해졌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제국의 여명, 역사의 순환, 영원과 찰나의 대비.


오랜 시간을 거쳐 이 음악은 여러 작품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삼국지10』에서는 "Harvest"라는 제목으로, 『삼국지13』에서는 예장 지역 음악으로 다시 편곡되어 흘러나온다.



영원한 선율

이 곡이 30년 넘게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대부분의 80년대 게임 음악은 잊혔고, 특히 일본 PC 게임의 음악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수의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 음악은 전설처럼 전해진다. 오늘날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것이 게임 음악이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도, 중국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음악 앞에서는 같은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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