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발견) 3
학교에 오리 가족이 나타났다!
5월의 끝자락, 파란 하늘과 햇살 화창한 날 아침, 등교로 분주하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오전 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던 그때였다.
운동장에 오리 떼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교무실로 날아온다.
- 오리? 꽥꽥꽥하는 그 오리? 어미 따라다니는 그 오리? 어디요?
- 운동장 담벼락 아래 숲에 있어요. 어미오리와 새끼오리요...
다들 신기한 마음에 그 모습을 보려고 아무 이야기나 해대며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나갔다.
누군가 말했다.
- 와~ 운동장에 온통 귀여운 것들이네
정말 멀리 운동장 놀이터에는 현장학습을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유치원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고, 교문 담벼락 아래로 놀란 어미오리 한 마리와 새끼오리 열한 마리가 꽥꽥 울어대며 종종종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그나저나 쟤네들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배움터 선생님으로부터 이 소식을 접하자 종이 박스부터 챙겨 들고 교무실을 제일 먼저 뛰쳐나가는 사람은 마침 회의 중이던 우리 대장이었다. 그 뒤를 따라 행정실과 교무실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자니 마치 또 다른 한 무리의 오리 떼 같았다.
대장의 지휘하에 구조작전이 한바탕 펼쳐진다. 박스에 담아 안전하게 제자리로 돌려보낼 계획이었다. 실장은 영상을 찍고 행정실의 두 은수는 새끼들을 잡아 박스에 담느라 분주하다.
어미는 만만치 않다. 잡으려 치면 소리를 지르며 날개를 푸드득 펼쳐 날아오른다. 오리가 정말 저렇게 나는구나.
신기한 건 새끼오리들이 어미를 한시도 놓치지 않고 쫓아다니는 것이다. 심지어 박스 속에 포획된 새끼오리들 마저 탈출을 시도하며 꽥꽥 울어댔다. 한가하게 소풍을 즐기던 오리가족은 날벼락을 맞은 듯 소리치며 울부짖는다. 난 그저 멀리 떨어져 그냥 두면 좋겠다고 혼잣말한다.
일단 소집해놓고 출발지를 찾자는 우리들의 일차 작전은 실패다.
수차례 퍼드득 날아오르며 도망치는 어미를 도저히 포획할 수 없다. 아기오리 셋과 수풀 넘어 사라져 버린 어미오리는 행적이 묘연하다.
박스에는 수감된 아기오리 여덟 명이 어미를 찾아 목청 돋어 울어댄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나이 지긋한 주무관님이 힘으로 잡으려고 하지 말고 몰아서 물가로 보내자 제안하신다.
그때 화단 수풀 속에서 알아듣기라도 한 듯 어미오리가 삐죽 고개를 내민다. 멀리 달아난 줄 알았다. 계속 이 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던가보다. 박스 속 새끼오리들을 풀어주자 어미오리가 수풀 속에서 나타난다.
우리들을 위협하는 건지, 새끼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건지 아무튼 어미오리는 부리를 한껏 열어젖힌 채 선두에 서서 새끼들을 끌고 교문밖으로 사라진다.
밖은 도로라 위험하다.
대장을 비롯한 직원 몇몇이 따라 나간다. 그 풍경이 장관이다. 오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넘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우리의 다음 작전은 학교 근처 문산천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교문을 나서 인도를 따라 걷다가 도로를 가로질러 이십여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문산천까지 안전하게 이르러 오리가족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앞서가는 중에도 뒤뚱뒤뚱 종종 대며 앞 뒤 옆을 쉴 새 없이 돌아보며 새끼들을 하나라도 놓칠까 노심초사하는 어미오리에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낳고 쉽게 버리는 부모, 양육이란 이름으로 정서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부모, 경제적 상황이나 육아가 어렵다고 방임하고 유기하는 무책임한 부모가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온 힘을 다해 새끼를 지켜내려고 뛰고 날고 부리를 지켜 세우던 어미오리를 보며 우리는 이 시점에서 늘 그렇듯 이렇게 말한다.
사람보다 낫다!!
오리들아, 놀랐지?
지금쯤 엄마오리와 아기오리 열한 마리는 냇물 위에 부드럽게 떠다니고 있겠지.
오리들아, 이제 편안함에 이르렀니?
근데 너네들 대체 어디서 온 거니?
오리 가족들의 뒷이야기
오리들이 학교 인근 냇가에 정착하고 두 달이 지났다. 이따금 산책 나간 직원들이 오리들 안부가 궁금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열심히도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데 오늘 실장이 천변을 지나는 길에 어미만큼이나 몸집이 커진 오리 가족을 만났던 것이다. 비 온 뒤 맑아진 문산천 위로 오리 떼가 유유히 유영 중이더란다. 단톡방에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아쉽게도 열한 마리는 아니었다.
너희들도 우여곡절이 많았겠구나. 야생에서의 삶이 다 그런 거 아니겠니...
온 직원들이 모두 기뻐했다. 참 뭉클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