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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케이 Jan 12. 2020

더이상 가성비 좋은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QCY 이어폰이 아닌, 에어팟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올해에 들어서며 다시 다짐한 것이 있다.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기" 

정말 부끄럽게도, 8월에 마지막 글을 올린 이후 브런치를 줄곧 하지 못했다. 

게다가 https://brunch.co.kr/@bian258/34 (아무리 바빠도 OO할 시간은 있어야 돼)" 글을 올린 작자가 진짜 바쁘다는 이유로 브런치를 안하다니. 언행불일치를 공공연하게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변명을 하자면, 8월에 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브런치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나는 스타트업이건 팀프로젝트이건 회사에서건 상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면모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오너십이다. 내가 창업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아님 원래 본성이 그런건지, 회사 일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집에 와서도 들고와 밤새도록 하며 문제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래서 루틴화된 업무가 있는 게 아닌, 초창기 시스템을 잡고 BM까지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나는 이게 내 기업인양 시간을 바친다. 이것에만 올인하다보니 스스로 워라밸을 버리는 것이다. 

나름 이젠 시간관리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합류한 스타트업은 정말 인원 구성 빼고 BM, 아이템 아무것도 없는 회사였기 때문에 바닥부터 하나하나 다 다져나가느라 정말 내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전화중국어 하는 습관과 밤에 복싱장에 가는 습관은 다행히 유지했다. 


사실 브런치를 잠시 내려놓자고 할 때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못쓸 줄 몰랐다. 초기 스타트업은 말그대로 처음 2~3달이 제일 정신없을테니까 3개월정도 지나서 컴백하자, 이러다가 아 내년부터 써야지로 미뤄졌던 거 같다. 




나는 가성비가 좋은 사람이다. 

 

학생 때부터 대학신문기자를 하며 글을 쓰고 인터뷰 하고 에디팅 하는 일을 배웠다. 그래서 보고서 등을 쓸 때도 문장을 간결하게 잘 편집해서 쓴다. 또한 토론발표학회하면서 PPT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PPT와 사랑에 빠져서 결국엔 PPT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 (이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까지)은 다 건드렸다. 덕분에 사업계획서, 제안서 쓰는 걸 대학생 때 제대로 배웠다.  영어와 중국어도 업무상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고,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해서 "말을 정말 조리있게 잘하시네요"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듣곤 했다. 

그래서 어딜 가도 "일 잘하는 사람" "똑똑한 애" 란 평가를 많이 받은 편이다. 발표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팀플을 하면 꼭 주도적으로 발표와 PPT 제작 모두 도맡아했고 팀원들은 행복(?)해하며 내가 캐리하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팀플할 때 프리라이더가 별로 없었다. 운이 좋았던 걸까) 


회사 임원진들(스타트업이니 임원진들이랑 가깝다)은 항상 내가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일을 하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들고오므로 항상 나를 좋아했다.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사람 아닌가. 돈을 그리 많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쫙 뽑아오는 그런 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성비를 참 좋아한다. 

순수하게 그 물건의 품질을 논하기 전에 항상 그 것의 가격을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 

만약 정말 좋은 물건인데 그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면, 기꺼이 그것을 지불하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저게 정말 좋은 물건일까" 곱씹어보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한다. 그리고 끝내 구매를 주저한다. "그 정도 가치는 아닌거 같아" 하면서. 그리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한다. 

물론, 가성비를 추구하는건 지극히 합리적인 행위다. 

돈이 넘쳐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이 있으므로 그 한도내에서 최대한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물건은 대중들에게서 항상 초반에 사랑을 받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작년 한 해,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였던  블루투스 이어폰. 그 중  QCY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갑자기 가성비 관련되서 글을 써야겠다 결정적 계기를 준 것이 바로 이 QCY-T1 이어폰이었다. 나 역시 블루투스 이어폰 붐이 시작했을 때 "무슨 콩나물이 20만원 가까이 하지." 란 생각으로 에어팟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되려 한심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QCY-T1 을 첫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맞이 했다. 원래 막귀라서 이어폰의 음질은 잘 몰랐고 QCY-T1을 쓰면서 기존 유선 이어폰에서 해방되어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QCY-T1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마침 선물을 받아 에어팟2를 쓰기 시작했다. 비싼 물건은 역시 그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가끔 한쪽만 페어링 되거나 일일이 블루투스 연결을 해줘야 했던 QCY 시리즈를 쓰다가, 케이스만 열면 아이폰에 에어팟 이미지가 뜨는 것부터 신세계였다. 연결도 너무 편했고 통화 음질도 좋아서 더이상 상대방이 "뭐? 잘 안들려, 목욕탕에 있냐?"라고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만약 내가 QCY-T1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혹은 잃어버린 후에도 가성비에 집착해 에어팟 보다 저렴한 블루투스 이어폰만 썼다면 딱 그 가격 수준의 가치만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페어링이 잘 안되거나 전화영어,중국어 할 때 상대방 목소리가 잘 안들리던 것도 그대로 감수하며 "이 가격에 뭘 더 바라겠어" 라며 내 불편함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한 셈이다. 


QCY의 이후 버전들은 음질이나 편리성에 대해 큰 변화는 없는 듯 하다. 시리즈가 거듭날수록 되려 T1이 제일 낫다란 평가도 자주 접하게 된다. 가격 변동 폭도 그리 크지 않아서 딱 그 가격 수준에 맞는 성능만 내놓으며 드라마틱한 성능 변화는 없다. 

반면, 에어팟은 기존 19만9천원짜리 가격의 콩나물에서, 30만원이 넘는 콩나물 프로 시리즈까지 내놓았다. 브랜드파워가 워낙 강한 제품이다보니, 30만원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프로 시리즈를 찾는 걸 보면, "결국 비싼 돈을 주고 나서 오는 그 품질에 대한 만족감"에 기꺼이 투자를 하는 듯하다. 


결국 QCY는 영원히 "가성비가 좋은 제품"에서 성능 변화가 크게 없게 되고 

에어팟은 성능으로 인정받아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며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QCY를 쓰는 사람들은 에어팟으로 넘어가길 소망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없다. 

  


나는 그동안 가성비 좋은 사람이란 걸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근데 내가 "나는 QCY 같은 사람인건가"란 생각이 드는 순간, 정신이 파박 들었다. 

나는 절대, QCY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5개월간 두가지 측면에서 어리석게도 내 스스로의 가치를 절하시키고 있었다.   


1) 연봉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2) 자발적 야근을 많이 했다.


우선, 난 연봉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희망 연봉은 큰 욕심 내지 않고 스타트업 평균 연봉 수준으로 불렀다. 당연히 높게 불러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시 나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나에게 얼마나 돈을 줄 수 있는것일까에 대한 쓸데없는 연민이 있었고, 물질적 가치보다는 그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나에게 돌아올 미래적인 가치를 더 크게 평가했다.

  

2개월차 정도 됐을 때 대표가 갑자기 불러서 연봉 올려주겠다고 했다. 당시 2개월동안 정말 내가 머리가 빠질 정도로 우리 회사의 BM을 고민하고 사업 기획을 해왔고 이것저것 잡부라 불릴 만큼 다 했기 때문에 그것을 보상해주는 차원이었다. (대표가 자발적으로 먼저 불러 연봉을 올려줄 정도면 분명 난 그 가격 이상, 훨씬 초과한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정확히 어느정도 인상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임했어야 했는데 그냥 정해주는대로 받았다. 근데 이 건 이후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한 밑밥이었다. 


두번째로 자발적 야근을 참 많이 했다. 일을 빨리 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걸친 프로젝트가 많아 정말 야근을 많이 했다. 거진 하루 평균 11시간은 한 듯 하니. 하나에 몰입하면 여러가지 정신 팔리는 짓을 안하는 편이어서 카카오톡도 밤 10시 이후에 몰아서 보낼 정도 였다. 그런데 사실 야근 수당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내 시간을 더 써서 일을 하는건 결국 내 연봉을 깎아먹는 짓 아닌가. 



그래서 나는 에어팟 같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더이상 스스로의 가치를 깎지 않으며, 가치에 대한 대가를 응당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나라는 사람에게 기꺼이 큰 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나 스스로도 계속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동기가 일어날 수 있게 말이다. 

더이상 에어팟의 가치로 커질 수 있음에도, 스스로를 QCY의 가격에 가두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가성비가 좋은 사람은 결국 호구가 되거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느 길로 가건간에 결국 손해는 나 자신이다. 


*혹시나 이 글은 QCY를 까려고, 에어팟을 찬양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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