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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pr 30. 2024

콩쿠르 3주 전, 독감이 웬 말이냐

비전공자의 발레콩쿠르 도전기

점심때부터 몸의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 왜 이렇게 힘이 없지. 집중도 안되네...'


뭘 잘 못 먹은 걸까. 계속 안 하던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코는 간질 거리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물이 줄줄줄 흐른다. 정신이 점점 띵해진다. 업무에 집중도가 10점 만점에 0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정말 정신력으로 버텨 퇴근했다. 


종합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종합감기약을 물약, 알약, 타이레놀까지 3가지의 약을 사서 집에 모셔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침에 안 먹은 정기배송 샐러드가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다. 이사 오고 나서 한 번도 요리를 안 해 먹으니, 식재료가 있을 리가... 이거라도 얼른 먹고 약을 먹어야 했다. 몸이 이때까지 괜찮았다. 점점 더워지는 듯하여, 얇은 블라우스에 가디건을 걸쳐서 회사를 갔다. 출근, 외근 시, 찬바람을 너무 많이 맞아서 바로 몸에 이상신호가 온 듯하다. 

아... 더 따뜻하게 입을걸...이라는 후회를 뒤로 하고 이럴 때는 운동이지!! 열을 내서 안 좋은 느낌을 털어내 버리자! 를 외치며, 그렇게 나는 달밤에 체조하듯, 9시에 운동모임에 참석해 아픔에도 불구하고, 의지로 몸을 움직여봤다. 




죽을 것 같았다. 진짜.


운동하고 땀이 났다. 분명 땀이 나면 개운 해야 하는데... 오히려 샤워를 하고 나서도 머리가 너무 깨질 듯이 아파온다. 내가 원하는 는 건 땀 내고 깔끔하게 아픈 기운이 사라지는 것이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작은 원룸 방 안에서 한 발자국을 조차 내딛기가 힘들었다. 발레 연습을 해야 하는데, 발레고 뭐고 일단 생사가 위험하니, 얼른 쓰러져야 했다. 그러나 쓰러져있어도 온몸이 아파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뜬 눈으로 지새우다. 출근했다. 


병원 다녀오겠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종합 감기약을 먹고 잤기에 효과가 나타날 줄 알았지만, 큰 오산이었다. 느린 거북이로 변신해 걷는 것, 옷 입는 것, 물건은 집는 것 등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출근도 겨우 했다. 아침에 바쁜 업무를 얼른 끝내고는 상사분께 양해의 말씀드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떤 몸 상태이든 일단 수액을 맞고 컴백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수액이 만능의 치료제처럼 느껴졌기에. 수액을 꼭 맞고 와야지!! 라며 다짐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픈지는 2일 되었고요. 머리도 아프고, 기침도 하고, 콧물도 나요. 

이러한 증상들을 말하니 간호사는 나의 귓구멍으로 온도계를 들이댔다.  삐 소리와 함께 37.8도의 숫자를 마주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로 독감 검사 권유로 검사하러 몸을 움직였다.


에이... 내가 독감? 나는 독감 예방 주사 맞았는걸?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독감이 의심되다니. 독감에 걸리면 이런 느낌인 걸까? 정말 너무 아픈 게 바로 이런 걸까? 코로나도 안 걸려본 내가... 독감에 걸린다고? 믿을 수가 없다. 정말. 독감 검사를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책상에 쓰러져서 잠을 청했다. 10분의 잠이 정말 꿀 같으려는 찰나. 


"변지혜 씨."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변지혜 씨. A형 독감이시네요. 다시 원무과로 가시면 됩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독감에 걸리고야 말았다. 내 손에 쥐어진 종이에 적힌 빨간 A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발레 콩쿠르가 얼마 남지 않아서 연습을 계속해도 모자랄 판에. 독감으로 며칠 쉬어야 한다니... 절망적이었다. 하루라도 쉬면, 감을 잃게 되지는 않을지. 순서는 까먹지는 않을지... 조금씩 걱정되었다


그러나 걱정은 걱정이고, 아프니까 바로 눈앞에 있는 수액부터 찾게 된다. 마침 독감은 약 먹는 것보다 독감수액을 맞으면 빠르게 호전된다길래. 돈이 얼마가 들던 상관없이 바로 수액을 선택했다. (역시, 아프면 자연스럽게 돈을 생각하는 것보다 아픈 걸 빨리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발레 콩쿠르 3주 전에 독감이 웬 말이냐...? 빨리 호전되어서 얼른 쉬는 시간만큼의 두 배 세배로 연습을 더 해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팔에 바늘을 꽂은 채로 스르르 정신없이 잠에 들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발레콩쿠르 #독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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