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창완 Jun 23. 2021

Cookpad: 일본 최대의 요리 레시피 공유 플랫폼

요리 레시피의 거대한 집단지성으로 일본 식문화의 중심에 자리하다

요리를 너무 사랑한 남자, 레시피 공유 스타트업을 차리다


쿡패드의 창업가 사노 아키미쓰 / 사진 : alexrumford


  오늘 하루 여러분의 식탁은 어땠나요? 바야흐로 ‘혼밥’ 시대이지만 식탁은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서 상징됩니다. 식사를 위한 한끼로 어떤 메뉴를 고르고 어떤 사람과 함께 했는지 우리의 추억 속 식탁은 저마다의 시간 여행으로 이끄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식생활부터 생일상, 잔칫상 등 의미가 남다른 날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일본의 한 청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노 아키미쓰는 대학 시절부터 인터넷 기술과 그 혜택에 의한 사회적 변화에 관심을 두고 이와관련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가령 그는 집 근처 농장에서 직접 야채를 재배하며 온라인으로 채소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자기 지역에서 최대한 가까운 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었는데요. 이 첫번째 사업이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사노 아키미쓰는 사람들이 이제는 지역 농산물을 제철에만 섭취하던 기존 소비 형태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한 품종을 원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 그는 온라인 채소 판매 사업을 접고 보다 많은 소비자의 다채로운 식생활을 실현시킬 수 있는 다른 사업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식탁이라는 장소가 가족과 친구를 모으고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요리의 창조성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노 아키미쓰는 레시피 제공 사업을 기획하였고 1997년 ‘쿡패드’를 창업하였습니다. 


  쿡패드는 어떻게 지금까지 25년 동안 500만 가지의 방대한 양의 레시피를 축적할 수 있었을까요? 특별한 금전적인 보상이나 혜택은 없었지만 초창기 단계의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전국 곳곳의 숨겨진 요리 애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땅치 않았는데, 쿡패드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한 식재료로 최대한 맛있고 건강한 요리법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일본 식문화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쿡패드는 새로운 레시피에 대한 끊이지 않는 호기심으로 장기적인 성공의 기틀을 마련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쿡패드는 요리 애호가들을 넘어 일반인을 위한 플랫폼으로 확장되면서 일본 스타일의 레시피 축적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이트에 업로드되는 사진들도 일반인들이 포토샵 보정 등의 과정을 생략하고 서투르더라도 소박한 메뉴를 편안한게 공유할 수 있는 독점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특성들 덕분에 쿡패드는 레시피 공유 사이트로서 다음에 소개되는 프리미엄 서비스와 식품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소비자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프리미엄 서비스 



비빔밥을 검색하면 2,000건의 결과가 나오지만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200건의 인기순 결과값을 확보할 수 있다. / 사진 : Estima Story


  그렇다면 쿡패드 회원들의 충성도는 어느 정도 될까요? 무려 일본 인구의 절반 가량이 이 레시피공유 사이트에 가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용자의 86% 정도가 여성이고 그중 20대에서 40대 여성 사용자가 75% 가량 차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일본 여성들의 쿡패드에 대한 높은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회원들이 아낌없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는 현상을 통해서 사용자의 지지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매달 280엔(3천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매출이 약 60% 정도를 차지합니다. 무료 회원에게는 인기 순위의 검색결과를 보여주지 않지만 유료 구독을 시작하면 다양한 기준으로 인기 검색결과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 구독 서비스를 통해 영양 전문가가 감수한 레시피를 열람하거나 계절요리, 일간 최고 인기 메뉴, 장르별 전문가가 엄선한 레시피 등의 정보성이 짙은 컨텐츠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현재 프리미엄 회원은 130만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 막강한 구독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프리미엄 제도는 커피 한 잔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상황과 시간에 알맞게 요리를 하게끔 도와주는 서비스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편, 레시피 컨텐츠에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구입을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는 우수한 컨텐츠에 대해 구독료를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컨텐츠 사용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만들어져 큰 무리없이 사업화를 해올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성 있는 회원제도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지만 쿡패드가 프리미엄 회원제도를 시작할 당시에는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헤매는 이용자를 위해 적합한 서비스였다고 합니다. 가령 쿡패드에서 ‘된장찌개’를 검색하면 수백 개의 유사한 결과값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프리미엄 서비스 기능을 활용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많이 시도해본 레시피를 바로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위화감 없는 광고와 저작물 발간으로 수익을 확보하다 


식품회사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를 선보이는 쿡패드의 광고 방식 / 사진: Enjoy Japan


  앞서 등장한 프리미엄 서비스 이외에도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는 두번째 방법은 식품회사나 유통 브랜드에 사이트 한 켠의 광고자리를 내어주고 광고수익을 통해 실현키는 것입니다. 쿡패드 측에서는 이 광고를 레시피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하여 사이트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는데요. 식품회사의 조미료나 식자재를 활용하여 만든 요리의 레시피를 업로드하여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해당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합니다. 특히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하는 주부층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는 식품회사 광고가 남다른 효과를 창출한다고 합니다. 


  또한 쿡패드의 25년 가량의 역사에서 누적된 방대한 컨텐츠를 책으로 출반하거나 ‘쿡패드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간행하는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 그치지 않고 제2의 저작물을 발행 해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쿡패드의 이름을 걸고 발간한 ‘다이어트 레시피’, ‘100만 명이 선택한 쿠키 레시피’ 등은 여전히 일본의 아마존과 서점에서 레시피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츠쿠레포, 레시피 공유의 특성을 한껏 뽐내는 자리


요리하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츠쿠레포 / 사진: Enjoy Japan


  다른 레시피 사이트와는 다른 쿡패드만의 차별점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츠쿠레포’ 인데요. 츠쿠레포는 ‘만들다’는 의미의 일본어 ‘츠쿠루(作る)’와 ‘리포트’를 합성한 단어로 해당 레시피로 직접 요리를 해본 사용자가 사진과 감상평을 작성하는 공간입니다. 


  여타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는 댓글과 좋아요 등으로 사용자들의 게시물에 대한 반응과 소통을 확인할 수 있지만 츠쿠레포는 요리 과정과 촬영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소통이라는 차별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츠쿠레포는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올리기 어려운 사용자를 위해 기존에 등록된 레시피를 따라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요리 고수를 위해 레시피 업로드 공간을, 요리 초보를 위해 시도하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양극의 요리 마니아들을 사용자로 확보한 것이지요. 


  츠쿠레포의 강력한 연결성은 다음 사례에서도 엿보입니다. 2010년 당시 약 7,000만 명의 대규모 회원수를 보유한 일본 최대의 쇼핑몰 ‘라쿠텐’이 ‘라쿠텐 레시피’ 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레시피를 등록하면 현금으로 활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였지만 쿡패드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포인트보다 레시피를 공유하고 함께 요리를 발전시키는 연결성을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레시피 공유에 대한 한결같은 열정 


회사 공유 주방에 모인 직원들 / 사진: cookpadteam.com


  쿡패드는 사용자처럼 요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기업이라는 친밀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 회사는 레시피 전문 스타트업임을 표방하는 만큼 창업 초기부터 회사 내부에  공유 주방과 재료를 마련해두고 직원들이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 주방에서 쿡패드의 레시피를 시현하고 신메뉴를 개발하며 사이트에 컨텐츠를 게재하기도 합니다. 또한 모든 직원들의 명함에는 자신이 선호하는 음식의 레시피가 직원의 이름과 함께 인쇄되어 있다고 합니다. 쿡패드의 레시피 공유에 대한 한결같은 운영철학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일본인에게 최근 가장 많이 방문한 레시피 사이트를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일본의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이나 라쿠텐이 아니라 90%가 ‘쿡패드’를 대답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 레시피 시장을 독점적으로 석권한 쿡패드는 이제 세계를 향해 더욱 시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번째 해외 진출을 시작했고 이외에도 싱가포르, 영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레바논 등 세계 각국에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습니다. 


  쿡패드는 2009년 일본에서 기업공개를 진행했으며 창업 20년 만에 시가총액 2,177억 9,700만엔(한화약 2조 4,115억원)에 육박한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현재 쿡패드는 총 500만 가지의 레시피가 등록되어 있으며 매달 4천만 명 정도의 사용자가 이 사이트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쿡패드는 사용자가 올려준 레시피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콘텐츠 구입과 생산 비용이 들지 않아서 영업이익이 높은 편입니다. 최근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14억 7,608만 엔(한화 약 1,184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쿡패드가 설립될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이 활발하지 않았는데요. 극초기 소셜미디어 시대의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간파한 사노 아키미쓰가 레시피 제공 사이트를 구축했던 것입니다. 이 스타트업에서 지금까지 변화된 점을 꼽자면 스마트폰 시대에 반영하여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인 것 정도이지요. 


  쿡패드는 25년 간 오로지 레시피 공유 사이트라는 한 우물을 파왔고 그 특성은 지금까지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오늘날의 과장된 소셜미디어의 광고란에 등장하는 미끼상품이나 과도하게 보정된 사진과는 사뭇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이처럼 쿡패드는 현란한 미디어에 지친 사람들에게 식생활의 공유라는 확실한 기능을 제공해왔기에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Where? 일본 도쿄

When? 1997년

What? 레시피 공유 사이트 ‘쿡패드’

Who? 사노 아키미쓰

Why? 식탁의 의미를 되살리고 풍요로운 식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How? 사용자가 레시피를 업로드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References


Cookpad: spreading the joy of cooking worldwide, Harvard Digital Innovation and Transformation, 2020/03/23

Cookpad : Success Story of the Largest Recipe Sharing Platform, Your Tech Story, 2019/10/06

The story behind Cookpad: how the platform used by 100 million people got started, Medium, 2018/07/27 

#42 Akimitsu Sano, Forbes, 2016/06/05

세계 최대의 레시피사이트, 쿡패드 이야기, Estima Story, 2014/08/17

회원이 올린 요리법 210만건… 재가공해 1조원 기업으로, [잘나가는 나라의 성공비결] [5] 일본, 조선일보, 2015/09/25 

쿡패드 - Cookpad.com 사용자 관점에서 기술을 제공, 협업과 공유의 재미를 체험케 하는 레시피서비스, Brunch, 2015/06/24

쿡패드 - 레시피 사이트도 돈이 된다, Enjoy Jap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