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띄어쓰기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인공, 김다영 씨

"기본소득이 있다면, 더 색깔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섯 달 동안 매달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을, 추첨번호 81번의 주인공은 바로,

잡지 BOSHU(보슈)를 만들며 언론학을 공부하는 김다영 씨입니다.



와아 축하드려요!

다영 씨는 어떤 삶을 살고 계신 분일까요?

띄어쓰기 프로젝트팀이 두 번째 수령자 김다영 씨를 만나 뵙고 왔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보슈'라는 잡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다영입니다."

 - 처음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지금까지도 안 믿겨요. 입금되면 믿을 것 같아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평소 기본소득에 관심 있었고,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어요. 그래서 실험대상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 진짜 궁금했어요. 근데 내가 대상자가 되니까 변화를 더 잘 볼 수 있잖아요. 궁금해요. 제 앞으로의 6개월이 어떨지."

- 대학생이시라고 들었어요. 학교생활은 어떤가요?
"(언론정보학과는 제가) 희망했던 학과라 흥미는 많아요. PD가 꿈이었어요. 진학 당시에는 단순히 PD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 PD가 되면 프로그램을 기획할 텐데, 제가 기획 업무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희 과 특성상 과제도 많고 할 일도 많다 보니 버거울 때도 있어요."

- 이제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거죠?
"네. 요즘 '졸업하고 뭐할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마치 '졸업하면 바로 일을 할 텐데, 뭘 할 거니?'라는 질문같이 느껴져서 신경이 쓰여요. 이를테면 "저는 PD가 되고 싶고 공채가 언제 뜨니까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할 거예요"와 같이 정리된 답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백 기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외국에서 노동하고 싶다고 대답해요. '한국에서는 노동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죠."

- 한국에서는 노동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대해서 설명을 더 해주실래요? 
"작년에 두 달 정도 홍보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어요. 그땐 제 모든 삶이 일 자체였어요. 저녁만 없는 게 아니라 아침도 없고 새벽도 없고 밤도 없어요. 회사 안에서는 제가 김다영이 아니라 '인턴사원 1'이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기보다는 짜인 답을 실행하기 위한 시중을 드는 느낌이었어요. 언어폭력이 일상처럼 행해졌죠."

- 보통 주변에서 그러잖아요. '어딜 가나 똑같다'라고... 
"맞아요. 아는 지인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나도 너처럼 어릴 땐 가치관이 중요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일을 할 때에는 사람과 관계 맺는 게 더 중요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직 그런 환경을 못 받아들이겠어요."

지금은 인턴을 그만두고 대전에서 잡지 BOSHU(보슈) 에디터로 활동하신다고요. 보슈는 어떤 잡지인가요?


"'보슈'는 대전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잡지를 발행하는 창작 집단이에요. 멤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하기도 해요.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활동의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서 본인들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함께하고 있어요.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거죠. 수익이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해요."

- 쉽게 접하기 힘든 일 같아요. 혹시 이전에도 비슷한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나요?
"몇 년 전에요. '반지하 멜로디'라는 공연기획 단체에서 활동했어요. 공연하고 싶은 아티스트들과 공연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획자들이 모여서 작은 공연을 만드는 단체였어요. 대전 유성구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만들었죠. 음악이 만들어지는 공간에 있는 걸 좋아했고, 직접 공연을 만들면 음악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니까 굉장히 매력적인 활동이었죠.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흔히 대전에서 공연을 하면 반응이 없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근데 활동을 하니까 전혀 아니었어요. 대전에도 공연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실제로 꽤 많이 만들어져 왔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연 때 정말 재미있게 잘 즐기시는데, 공연이 끝나고 공연에 대한 설문지를 받아보면, '이전에 공연을 본 경험이 없다'라고 응답한 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공연이었는데도 좋아해 주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사람들이 공연을 안 좋아하거나 취미로 안 두는 이유가 단순히 이제껏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 활동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반지하 멜로디나 보슈 같은 단체들이 오래가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활동을 시작은 하는데, 지속되는 게 어려워요. 대전 유성구 궁동(충남대학교 대학가) 근방에서 그런 패턴이 10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어요."

- 왜 그런 패턴이 반복되는 걸까요?
"대부분 이런 활동을 하는 팀원들 나이 때가 20대 중반이에요. 그 나이 때엔 생계에 대한 압박이 커지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인프라 문제도  커요. 뭔가 해보려고 할 때, 비빌 언덕이 없어요. 처음부터 홀로 이뤄내기에는 벅찬 거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다른 직업을 찾죠. 본업을 하나 찾은 다음에, 취미로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활동을 유지할 수가 없으니까요."

- 그런 활동들이 지속되지 않아서 우리가 놓치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활동들이 지속되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지겠죠. 반지하 멜로디를 예로 들면 작은 공연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그걸 기획하는 팀이 오래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경험할 수 있을 텐데… 다양한 선택지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 동시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잖아요. 아르바이트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는 1월 말부터 시작했어요. 일식집이에요. 예전엔 아르바이트 구할 때는 시간이 맞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대학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어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일하니까… 삼십만 원 정도 벌어요."


- 아르바이트로는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모자란 부분은 부모님이 보태주시는데, 지출을 줄여야 할 때가 있어요."


- 부족한 부분은 어디서 많이 줄이세요?

"공연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생활비를 아껴야 할 때 제일 먼저 줄이는 게 그 부분이에요. 보통 자기 경험에 기반해서 글을 쓰게 될 때가 있잖아요. 문화생활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요즘 글쓰기의 재료가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돈도 부족하지만, 시간도 부족해요. 아르바이트, 학교 조모임, 과제, 에디터 활동까지 하다 보면 어쩌다 책을 사더라도 읽을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뭐 하나 사더라도 싼 걸 찾게 되죠.  얼마 전에 가성비와 실패하지 않는 소비에 대한 칼럼을 읽었는데 공감됐어요. 사람들이 가성비가 좋은 걸 정말 좋아한다기보다는, 선택에 실패했을 때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흔히 안전하다고 말하는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만약 제가 지금 여유가 있다면, 신발을 살 때에도 매일 신어도 질리지 않을 검은색 단화를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색을 시도해 볼 것 같고. 카페에서 내가 맨날 아메리카노를 먹지는 않을 것 같은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지금보다 더 색깔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친구도 카페 가면 맨날 아메리카노를 먹어요. 제일 싼 게 아메리카 노니까요."



- 이때 기본소득이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좋죠. 지금 독일어랑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두 가지 언어를 시험 보고 공부하는 데 쓸 것 같아요. 외국어 교육을 받기엔 돈이 조금 부족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추가로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띄어쓰기 프로젝트 수령자가 돼서 고민이 해결됐어요. 그리고 전보다 문화생활을 조금 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기본소득 받는다고 학교 그만둘 수 없으니 학교는 계속 다니겠죠? (웃음)


또 기본소득을 받으면 매달 일정 금액을 텀블벅이나 내가 연대하고 싶은 단체에 후원을 하고 싶어요. 후원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도 살 거고요. 아티스트 '혹시 몰라'의 앨범을 하나 더 사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 만약 다영 씨가 생활하기에 충분한 돈이 기본소득으로 주어진다면, 생활이 바뀔까요?

"방세랑 활동비, 생활비 등을 고려해서 백오십만 원 정도가 기본소득으로 주어진다면…. 당장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시간을 더 쓰겠죠. 또 제가 욕심이 많아서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배우는데 돈을 쓸 것 같아요."


- 기본소득이 사람들을 게을러지게 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음, 게을러지진 않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아,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추첨으로 누군가가 운 좋아서 뽑히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추첨식을 기다려서가 아니라 다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게으른 삶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이 있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돈은 안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온 김다영 씨.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해야 하는 일로 떠나기도 하는 나이 20대 중반. 올해로 25살인 김다영 씨가 6개월간 받게 될 기본소득이 그에게 어떤 선택지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띄어쓰기팀은 앞으로 6개월 동안 50만 원을 장경춘 씨에게 지급하고 한 달에 한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삶의 변화를 들어볼 예정이에요. 





_띄어쓰기 프로젝트는 추첨을 통해 단 세분께 기본소득을 드리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이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기본소득' 도입을 앞당기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시고 기본소득 네트워크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http://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bikn0

작가의 이전글 두 번째 당첨자 탄생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