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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수령자 세분이 만났습니다.

"다음 달에 들어올 50만 원을 어떻게 쓸지 벌써 생각해놨어요."


세분, 기본소득 받고 나서 어떻게 지내셨어요?



김가람(이하 가) : "걱정이 하나 줄어서 그런지 표정이 좋아졌다고 다들 그러더라고요. 전에는 자기 전에도 돈에 대해서 생각하고 괜히 걱정했었는데, 그게 사라졌어요. 기본소득을 받은 김에 이번에 가려고 계획 중이에요. 일본 여행 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취업하면 가기 어려워질 테니까…. 졸업하기 전에 꼭 가고 싶었어요. 30만 원은 저금하고, 20만 원은 생활비로 쓰고 있어요."

김다영(이하 다) : "가계부를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어차피 돈이 없으니까, 짜증 나서 가계부 쓰기가 싫었는데 돈이 생기니까 쓰게 되더라고요. 저도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너 요즘 왜 이렇게 좋아 보이냐고 하는 거예요.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왜 좋아 보일까 생각했는데, 아마 기본소득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장경춘(이하 경) : "한 달에 이십만 원 정도 운동하는데 투자했어요. 기존에는 운동을 배우러 갈 때 부모님께 다만 얼마라도 도움을 받았었는데, 기본소득 덕분에 그렇지 않으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시죠. 이전에는 돌려 막기 식으로 소비를 했어요. 운동을 해야 되니까 잘 먹어야 하고, 먹는 데 돈이 많이 드니까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고, 때론 어머니에게 식비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압박이 사라졌어요." 

가 : "여행 가는 걸 좋아해요. 기본소득으로 받은 돈을 아끼면 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돈을 모으고 있어요. 매일 같은 일상은 답답하잖아요."

경 : "저도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면 진짜 좋을 텐데, 50만 원이 그 정도로 여유 있는 금액은 아니긴 해요. 그래서 일상에서 스트레스 푸는 데 쓰고 있어요. 카페에서 멍 때리면서 커피 마시는 일, 큰 사이즈 커피 시켜서 쉬는 일 같은 일상적인 일에요. 작은 사이즈 커피가 아니라 큰 사이트 커피를 시키고 느끼는 쾌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이전과는) 고민의 질이 달라진 거죠."

가 : "저도 먹는 거 좋아하고 잘 먹는데…. 추가적인 돈이 생기니까 지나가다 토스트 먹어볼까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어요. 경춘 씨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것 같아요."

다 : "맞아요. 저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잡지 회의를 가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이 애매하다 보니 대충 사 먹어야 해요. 예전에는 800원짜리 삼각김밥을 주로 사 먹었어요. 그런데 기본소득 받고 나서는 토스트 집에 가서 치즈랑, 베이컨이랑 들어있는 토스트를 사 먹어요. 저는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특히 정성 들여 요리하는 곳에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제는 대흥동에 있는 분위기 좋고, 음식도 정성 들여서 나오는 식당에 갔어요.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 기회에 가본 거예요."


1차 수령인 장경춘님
2차 수령인 김다영님
3차 수령인 김가람님


 실제로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나서,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다 : "기본소득 제도는 원래부터 지지했어요.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액수에 관한 거예요. 이전에는 최소한, 부족한 부분을 보조할 만큼만 주어지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받아보고 나니까 한 달 생활비를 보조할 정도가 아니라 충분하게 생활이 가능할 만큼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50만 원 받아봤는데도 생각보다 쓸 수 있는 곳이 많더라고요. 만약 150만 원이 주어지면 훨씬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돈이 들어오면 일을 안 하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 : "돈을 벌기 위한 일을 안 하겠죠.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테니까."

가 : "저도 원래 돈을 많이 주면 나태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닌 것 같아요. 음식점도 손님이 있어야 돌아가잖아요. 돈이 있어야 소비도 하고. 순환이 되지 않을까요." 


경 : "저도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이재명 시장을 지지했어요. 이제는 공공재처럼 소득을 나눠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게 도입될 것 같아요. 마치 공중화장실이 동네마다 있는 것처럼요. 밥 먹고 사는 걱정은 안 하게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싶어요. 복지로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것도 결국 돈인데, 왜 현금을 직접 주는 것만은 안 되냐는 거죠."

다 :  "전에 학교 수업에서 청년수당에 대해 친구가 발표한 적 있어요. 발표를 듣고 지금도 장학제도도 있는데 왜 청년수당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을 했어요. 친구가 말하기를, 장학제도는 '대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한 청년은 '대학생'에 한정적이었구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의 사람들도 있는데 고려를 못했던 거죠. 기본소득이 있으면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갈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싶으면 일을 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가 : "맞아요. 친구들이랑 밴드 활동하는데, 사람들이 그래요. 먹고사는 게 먼저 아니냐고. 밴드 활동 그만두고 알바를 하라고. 그런데 제가 학교에서 실습하고 학과 공부하고 그러다 보면 재밌거나 유쾌한 하루가 되지 않아요. 그나마 친구들이랑 있는 게 활력이고 일주일의 위안인데, 알바 때문에 그걸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다 : "저한테는 잡지 보슈를 만드는 활동이, 가람 씨가 하는 밴드 활동이랑 비슷해요. 이 활동 안 하면 그 시간에 알바를 하나 더 할 수 있죠.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라서 하고 있어요. (지금 받는) 기본소득이 보슈 활동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가 : "처음 기본소득을 받았을 때, 제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쓰면 안 될 거 같고 내 돈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 사회에는 일하지 않고 돈 받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유난히 일하지 않고 놀면 안 된다라는 마인드가 너무 강한 거 같아요. 기본소득을 받고 나서 주변에서 기본소득에 대해서 많이 물어봐요. 대부분 '왜 이유 없이 돈을 줘'라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밥 먹는 걸 고민하고 이러는 게 이상한 거잖아요. 먹고 살아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건데, 사회가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경 : "못 먹으면 죽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생명은 유지할 수 있어야죠. 미친 듯 노력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거고. 기본소득 있었으면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적인 일이 없었을 수도 있잖아요.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오히려 일을 안 하고 노는 사람이 적어질 것 같아요. 지금은 강제적으로(어쩔 수 없이) 놀고 있거나, 무기력에 빠져서 노는 사람이 많잖아요."


다가올 대선, 후보를 볼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다 : "아직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보지 않았어요. 우선 여러 정보를 얻은 다음에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 같아요. 공약을 볼 때는 복지 위주로 볼 거 같아요. 요즘 기본소득이 이슈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하는지도 주의 깊게 볼 것 같아요. 청년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볼 거 같아요."

경 : "저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중요하게 볼 것 같아요. 그 외에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박근혜 사면 문제라거나 그런 부분을 볼 것 같아요. 이재명 시장이 경선에서 떨어졌으니까, 현재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요. 전 소신 투표를 할 것 같아요. 사회에는 변화가 필요하잖아요."

다 : "저도 제 3당이 뽑혔으면 좋겠어요."

경 : "상식적인 얘길 하고 있는 건데….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면서 '비상식'적으로 정치 활동하는 사람들이랑 타협을 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오히려 상식을 말하는 사람이 지지를 못 받는 상황이 답답해요."



매달 50만 원씩, 여섯 달 동안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경 : "기본소득이 충분해서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면 정말 좋죠. 다르게 살 수 있는 연료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가 : "기본소득이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6개월의 시간이 기술직 일에 대입해보면 노하우가 생기는 시간이잖아요. 조금씩 쓰다 보면 다른 삶에 대한 노하우가 생길 것 같아요."

다 : "금액으로 보면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나나를 안 먹어보고 노랗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바나나를 먹어본 사람이 이야기하는 바나나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기본소득 실험이 저한테 물꼬를 틔워준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물꼬."





_띄어쓰기 프로젝트는 추첨을 통해 단 세분께 기본소득을 드리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이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기본소득' 도입을 앞당기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시고 기본소득 네트워크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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