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피곤해서가 아니라, 가기 싫어서.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침대에 눕는다.
머리도 감았고, 옷도 입었고, 신발까지 신었지만,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각한다.
‘나는 왜 지금 이걸 하고 있을까.’
일이 싫다는 감정은 참 복잡하다.
꼭 어떤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모든 게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지치면 초심을 떠올린다지만,
나는 애초에 이 일을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선택한 분야였고,
그래서 더 지치기 쉬웠고, 회복은 늘 더디었다.
처음엔 이런 날이 오면 자책했다.
‘왜 이렇게 나약하지?’
‘모두들 잘만 하는데, 나는 왜 이러지?’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일하기 싫은 날이 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그리고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는 것보다, 잘 다루는 법이 더 중요하다고.
그럼 나는 어떻게 넘기는가.
거창한 비법은 없다.
그냥 ‘지금 나는 하기 싫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 한마디를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지금의 컨디션이 나와 맞지 않는 걸 수도 있다.’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면,
이 감정을 조용히 조율할 방법을 고민한다.
나는 주로 하루의 목표를 작게 나눈다.
보고서 10장이 아니라 3장만 완성해도 괜찮다.
업무 메일에 답장만 마쳐도 충분하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하루를 설계하는 것.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묵묵히 쌓는다.
사무실에선 자리를 옮기거나 잠깐 나갔다 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대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작은 틈을 만든다.
잠깐 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쉬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오늘 날씨 정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크지 않아도, 그런 쉼표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 삶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자주 상기하는 것.
일은 내 삶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니까.
하기 싫은 날도 있고, 실수하는 날도 있고, 버거운 날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무능하거나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오늘은 그런 날일 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그렇다면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이 감정을 너무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도 잘 버티고 있다.
어느 날은 멈춰도 괜찮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조금은 좋아질 거야.”
일이란 게 항상 재미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하는 내가, 가끔은 나 자신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