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엄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뒤늦은 깨달음

by 빅마마마

아이들을 가르치며 피아노 옆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며든다. “피아노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이들이 건반을 누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게 된다. 엄마에게 듣기 싫은 잔소리였던 연습, 빨리 끝내고 싶던 레슨, 아직 손이 작아 잘 닿지 않던 건반의 차가운 촉감.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전혀 다른 의미로 다시 다가온다.


어릴 때의 나는 피아노를 ‘해야 하는 일’로 여겼다. 연습하지 않으면 혼날까 봐 억지로 손을 얹고, 틀리면 눈치를 보던 그 시간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깨닫는다. 엄마는 나에게 음악을 잘하게 하려고 피아노를 권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서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외롭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으로 피아노를 들여놓았다는 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건반이라는 모양으로 집 안에 놓아두었던 것이다.


엄마가 내 연습을 지켜보던 그 시선이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과 겹쳐 보인다. 엄마는 아마도 내가 한 곡을 끝낼 때마다, 실수해도 다시 시작할 때마다, 손끝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마음을 놓았을 것이다. 그때는 왜 그렇게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엄마는 음악을 통해 나를 이해하려 했고, 내가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그 소리 속에서 읽어내려 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의 뒤늦은 깨달음은 이것이다.

피아노는 엄마에게 나를 믿는 방식이었다는 것.

뭘 하든 쉽게 흔들리는 아이가 아니기를, 무언가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 피아노라는 형태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을 어릴 땐 몰랐고, 오히려 부담으로만 느꼈지만, 이제는 엄마의 마음이 왜 그토록 간절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앉아 보니, 엄마가 나에게 바랐던 힘이 무엇이었는지 또렷하게 보인다. 건반 앞에 앉아 흔들리는 아이를 보면, 나는 엄마가 나를 바라보던 그 마음을 그대로 느낀다. “실수해도 괜찮아, 천천히 해도 괜찮아, 나는 너를 믿고 있어.” 그 말들이 모두 엄마가 주려 했던 것들이었음을, 아주 늦은 시점에서야 마음 깊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제야 피아노가 내 삶에 남겨 준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것 같다.

그건 음악이 아니라,

엄마가 묵묵히 내 옆에 남겨둔 사랑의 형태였다는 것을.

그 사랑을 나는 한참 뒤에서야 찾아냈고, 이제는 아이들에게 다시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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