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그녀는 7월 눈이 내리는 곳에서 다시 만났다.
남자가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동아리를 하면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같은 학교였으며 같은 과 선. 후배 사이였다.
개강총회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마주쳤지만
전 학년이 다 있는 자리라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남자는 대학생 시절에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 여행 동아리에 가입했다.
여행 동아리 회장은 남자의 과선배인 그녀였다.
술자리에서 그녀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술자리가 끝난 후 남자는 그녀와 집 방향이 같아서 같이 걸었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고서는 말을 꺼냈다.
" 내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조금 다른 것을 보고 싶어서 그래, 7월에 눈을 본다면 어떤 기분 일까? 20대 마지막 여행지는 7월에 눈 내리는 곳에 가고 싶어, 그때까지 너랑 나랑 연락하고 있으면 7월에 눈 보러 같이 갈래? "
그 후 남자는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그녀와 함께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에 대한 호감도 점차 커져갔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그녀는 자연스레 여행 동아리 회장을 다른 후배에게 넘겨주었고
동아리에 나오는 일도 줄어들었다.
남자도 1학년이 끝난 이후 바빠진 학교생활과 군입대 때문에 동아리 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머릿속에는 그녀와 함께 했던 여행의 순간순간이 영사기처럼 흘러갔다.
대학교 복학 한 이후 그녀의 소식을 알고자, 선배들에게 그녀의 근황을 물었다.
그녀는 학교 졸업 이후 취업을 하지 않고 전 세계를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남자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남자는 회사생활을 하던 중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행지를 고르던 중 대학교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29살에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은 7월에 눈이 내리는 곳 "
그녀의 나이도 올해가 20대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남자가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뉴질랜드였다.
한국의 7월은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는 차가운 겨울이었다.
혹시라도 그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남자는 짐을 챙기고서 뉴질랜드로 향했다.
15일간의 여행기간 중 13일 동안 뉴질랜드의 명소를 찾았지만 그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남자는 마지막 여행지인 폭스 빙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빙하는 모습은 웅장했다. 날씨는 남자의 마음을 아는지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빙하 트레킹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한국어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한국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남자가 좋아하던 그녀였다.
그녀는 남자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남자와 그녀는 7월 눈이 내리는 곳에서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