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슬으슬 춥다. 몸살기운에 머리에 열도 있다. 근육통에다 무릎 관절까지 아프다. 목도 케케하고 가끔씩 기침도 나온다. 무엇 보다도 가슴통증이 심하다.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안위를 해 본다. 하지만 몸 컨디션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웬만해서는 병원 가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괴로움에 잠깐 짬을 내 회사 인근 내과를 찾았다.
간호사에게 이름을 말하고 소파에 앉았다. 조금 있으니 내 진료차례가 되었다. 똑~똑~ 두어 번 진료실 문을 노크하고 의사와 마주 앉았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검은 뿔테 안경에 핸섬하게 생긴 다소 젊은 의사 선생님께서 물으신다. 지난 코로나 검사 때도 그랬듯이 그 의사는 내원할 때마다 항상 편안하게 대해줘서 좋다. 환자를 주눅 들게 만드는 유명 대학교수들의 권위적인 말투 그리고 행동과는 대조적이다.
"몸살기운이 좀 있고요, 무엇보다도 가슴 통증이 심해요"
"심하게 아픈가요?"
"심하지는 않지만 기분 나쁘게 아파요, 가슴엑스레이 촬영을 좀 했으면 합니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감기보다도 우선 폐, 그것도 폐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게 한번 해 봅시다"
케티이미지뱅크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사는 나를 엑스레이 촬영실로 안내했다. 치익~ 치익~ 치익~'엑스레가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엑스레이 필름이 나왔다. 이를 유심히 살펴본 의사 선생님께서 내 기분을 한순간에 업로드시키는 말을 한다.
" 폐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폐암에 대한 온갖 걱정과 잡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렇듯 암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럴 것이 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망 원인 1위이며 인구 10만 명당 약 160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통계 때문이다.
폐는 이상 없고,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독감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가늘고 기다란 면봉으로 내 왼쪽과 오른쪽 콧구멍 깊숙이 쑤셔 사정없이 휘젓는다. 정말이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괴로운 검사였다. 하지만 걱정했던 폐검사가 이상 없으니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형 독감입니다. 치료 수액을 투여해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치료 수액의 가격은 10만 원으로 생각보다 비쌌다. 하지만 돈보다 몸 컨디션을 되찾는 게 우선이다 싶어 의사의 처방에 따르기로 했다.
"이분 치료 수액을 투여해 주세요"
의사 선생님의 처방 지시를 받은 간호사는 "수액을 맞으면 증상이 많이 좋아질 거예요"라고 했다. 그리고 절차대로 침대에 누워 약 1시간 동안의 수액투여를 받았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간호사 말대로 정말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자고 일어나니 몸 컨디션은 거의 정상에 가까워질 정도로 좋았다.
"치료 수액이 좋긴 좋구나?"
이렇게 속으로 되뇌며 진심으로 생각해 본다. 지금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 모든 암환자도 이렇게 독감 치료처럼 수액치료 한 번으로 암이 말끔히 완치되는 그런 세상이었음은 얼마나 좋을까?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세상이여 빨리 오라
지금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세상이여 빨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