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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Dec 12. 2023

 수액 한 번으로 암이 완치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세상이여 빨리 왔으면....

으슬으슬 춥다. 몸살기운에 머리에 열도 있다. 근육통에다 무릎 관절까지 아프다. 목도 케케하고 가끔씩 기침도 나온다. 무엇 보다도 가슴통증이 심하다.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안위를 해 본다. 하지만  몸 컨디션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웬만해서는 병원 가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괴로움에  잠깐 짬을  내 회사 인근 내과를 찾았다. 


간호사에게 이름을 말하고 소파에 앉았다. 조금 있으니  내 진료차례가 되었다. 똑~똑~ 두어 번 진료실 문을 노크하고 의사와 마주 앉았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검은 뿔테 안경에 핸섬하게 생긴 다소 젊은 의사 선생님께서 물으신다. 지난 코로나 검사 때도 그랬듯이 그 의사는 내원할 때마다 항상 편안하게 대해줘서 좋다. 환자를 주눅 들게 만드는 유명 대학교수들의 권위적인 말투 그리고 행동과는 대조적이다.


"몸살기운이 좀 있고요, 무엇보다도 가슴 통증이 심해요"


"심하게 아픈가요?"


"심하지는 않지만 기분 나쁘게 아파요, 가슴엑스레이 촬영을 좀 했으면 합니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감기보다도 우선 폐, 그것도 폐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게 한번 해 봅시다"

케티이미지뱅크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사는 나를 엑스레이 촬영실로 안내했다. 치익~ 치익~ 치익~'엑스레가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엑스레이  필름이 나왔다. 이를 유심히 살펴본 의사 선생님께서 내 기분을 한순간에 업로드시키는 말을 한다.


 " 폐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폐암에 대한 온갖 걱정과 잡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렇듯 암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럴 것이  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망 원인 1위이며  인구 10만 명당 약 160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통계 때문이다.


폐는 이상 없고,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독감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가늘고 기다란 면봉으로 내 왼쪽과 오른쪽 콧구멍 깊숙이 쑤셔 사정없이 휘젓는다. 정말이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괴로운 검사였다. 하지만 걱정했던 폐검사가 이상 없으니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형 독감입니다. 치료 수액을 투여해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치료 수액의 가격은 10만 원으로  생각보다 비쌌다. 하지만  돈보다 몸 컨디션을 되찾는 게 우선이다 싶어 의사의 처방에 따르기로 했다.


"이분 치료 수액을 투여해 주세요"


의사 선생님의 처방 지시를 받은 간호사는 "수액을 맞으면 증상이 많이 좋아질 거예요"라고 했다. 그리고 절차대로   침대에 누워 약 1시간 동안의 수액투여를 받았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간호사 말대로 정말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자고 일어나니 몸 컨디션은 거의 정상에 가까워질 정도로 좋았다.


"치료 수액이 좋긴 좋구나?"


이렇게 속으로 되뇌며 진심으로 생각해  본다. 지금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 모든 암환자도 이렇게 독감 치료처럼 수액치료 한 번으로 암이 말끔히 완치되는 그런 세상이었음은 얼마나 좋을까?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세상이여 빨리 오라

지금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세상이여 빨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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