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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15. 2024

1억에 월 450만 원 수입의 비밀을 캐 봤다

출근길 어떤 사람이 지하철에 전단지를 붙인다. 미리 준비해 온 전단지를 능수능란하게 붙이는 본새가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원하는 곳에 부치기만 하면 찰싹 잘도 달라붙는다. 비단  부치기만 잘하는 게 아니다. 한 칸에 부치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불과 몇 초,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해 번쩍 부착에 달인이다.


그가 부친 장소도 승객들 눈에 잘 띄는 곳이다. 


전단지에는 1억에 3채 월 450만 원, 시세 차익은 1억이란다. GTX-C 노선 착공 완료,  7호선도 연장, 내용을 요약하자면 1억 투자하면 수입이 좋고 입주 조건도 괜찮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뉘앙스다. 여기에 로열호실 32채 한정이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좋은 기회 놓칠 수도 있다는 재촉도 담겨 있다.


전단지에 기재된 내용 그대로라면 1억만 있으면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솔깃한 투자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저렇게  좋은 투자 조건이라면  힘들게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너도 나도 투자를 하겠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차고 넘칠 텐데도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전단지 내용과는 다른 또 다른 뭔가 감춰진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신뢰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정확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느 젊은 목소리의 남자분이 전화를 받길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1억만 투자하면 정말 월 450만 원을 벌 수 있나요?'


이 물음에 남자는 전단지를 부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 상담사를 5분 후에 연결해 줄 테니 모르는 전화가 오더라도 꼭 받으라는 부탁과 함께 전화를 끓는다.


그리고 5분 정도 되니 무슨무슨 회사 무슨 차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이와 관련 상담을 한 두 번 해 본 경우가 아닌 듯 나의 질문에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상담사와 약 20여 분간의 통화 끝에 얻은 결론은 이렇다. 


지하철 투자를 유도하는 솔깃한  전단지


전단지에 기재된 부동산 물건은 지식산업센터로 올 4월에 준공예정이며 1채당 분양 가격은 2억 5천이며 실평수는 약 20평 정도다. 만약 3채를 분양받았을 경우 총 분양가격은 7억 5천 여기에 투자금 1억을 제외하면 나머지 6억 5천은 은행 대출이다.


예를 들어 6억 원을 대출받았을 때  신용 3등급 기준 약 5%로 이자만 월 250만 원이다. 물론 3채를 분양받으면  1채당 임대료가 150만*3채=450만 원을 받아서 대출이자 250만 원을 내고 나면 순 수익은 200만 원이다.


따라서 1억에 3채 450만 원의 전단지 내용은 수억 원의 대출을 쏙 뺀 전화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순수익 200만 원도 3채 전부 임대가 됐을 경우다. 만약 1 채도 임대가 안 됐을 경우 수익은커녕 이자로만 월 250만 원, 1채라도 임대됐을 경우에도 매월 50만 원을 은행이자로 날릴 판이다. 그래서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투자한 1억 원도 홀딱 말아먹을 위험의 유혹이 바로 지하철 월 450만 원 수입 전단지의 비밀이었던 것이다.


물론, 상담하신 그분은 지식산업센터라 임대할 기업들이 차고 넘치니 임대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을 하며 분양계약을 유도하려 온갖 달콤한 말을 다 하곤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분양 계약만 체결해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분양 상담사의 달콤한 사탕발림일 뿐이다.


그리고 "전단지를 뿌린 지 하루 만에 벌써 32채 중 10채뿐이 남지 않았으니 지금 계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좋은 기회 놓친다"라며  마치 홈쇼핑의 상품 품절이 임박했으므로 빨리 구매를 서두르라는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상술에 기인한 투자 유도에 불과함을 엿볼 수 있었다.


따라서 1억 투자에 월 450만 원 수입의 지하철 전단지 비밀을 캐 본 결과는 단 14글자로 깔끔하게  요약할 수 있었다.


                                             "세상에 쉽게 돈 버는 일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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