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출처

창작과 저작권

by 현씨

여행을 떠날 때마다 백팩에는 책 한 권이 꼭 들어간다.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며 글자를 읽으면, 작가의 시선이 내게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책과 함께한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작가와의 깊은 소통이 된다.


대학교 글쓰기 수업 중이었다. 국문학과 교수님은 저작권과 출처 표기에 관한 강의를 하셨다. "저작권이란, 창작물을 만든 이의 가치를 명확하게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그 의미가 막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자신의 소개 글이 어떠한 형태의 양해나 허락 없이 사용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하시며, 저작권의 ‘설정과 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설명하셨다. 그 이야기는 나에게 여전히 강한 인상을 준다.

여름 방학, 제주 바다를 찾았다. 해안가 카페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여행의 이유』을 읽고 있었다. 그가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상상해 보라. 여기에 셀 수도 없는 독자들에게 영감을 준 작가의 글이 있다. 그것을 누군가 자기 것인 양, 무분별하게 퍼뜨렸을 때 작가는 창작의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의 정체성이 혼재된 사회를 신용할 수 있을까? 저작권이 설정된 작품이 감명과 여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경험과 성장을 담은 소중한 가치임을 본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여행은 자유롭게 떠나는 행위지만, 여행의 풍성함은 저작권이라는 분명한 경계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날카롭게 스며들었다. 마치 여행지를 방문할 때 현지의 규칙과 문화를 인정하는 것처럼, 글이나 그림과 같은 유형적 창작물에 발을 들인다면, 창작자의 생태계에 대한 존중과 보호는 필수적이다. 그 후로 나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창작물을 공유할 때 반드시 출처를 밝히는 습관을 권하고 있다.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할 때,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여행과 콘텐츠는 늘 함께한다. 더불어, AI가 대세라고 한다.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은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어떠한가. 그들이 순식간에 쏟아내는 그럴듯한 글과 이미지는 성능 좋은 도구로써 분명한 입지를 자리했다. 그럼에도, 본인은 인간이기에 창작가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성이 결여되지 않은 영역을 믿는다. 지금까지, 책이나 사진, 음악과 같은 콘텐츠가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밋밋했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저작권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일, 개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임을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며 가방 속에 책 한 권을 넣는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며, 내 여행이, 당신의 여행이 온전하게 지켜진 작가의 생태계를 통해 한치도 예상 못 할 순간,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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