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에서 원정 온 산냥이 가족 이야기>
얼마 전 사료후원차 전원할머니 댁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사료를 다 나르고, 순둥이와 방울이 모자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산에서 스사사삭 하며 산짐승 움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보니 고양이 다섯 마리가 이쪽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모두 초면인 고양이들이었는데, 경계심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아이고, 저 녀석들이 벌써 행차하셨네." 할머니에 따르면 이 녀석들은 본래 저 아랫마을 고양이들인데, 급식소가 있는 여기까지 올라와서 앞산에 진을 치고 때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이라고 합니다. "저기 맨 뒤에 앉은 얼룩덜룩한 게 엄마여. 나머지는 새끼들인데, 벌써 저렇게 컸네. 새끼들이 쪼만할 때부터 엄마가 델꾸 올라와서 밥을 멕이구 그러더니 저렇게 키워놨네." "그럼 저 아이들은 마당에 들어오지는 않나요?" "아이고, 방울이가 여기 대장인데, 쟤네들이 오면 막 쫓아내구 그래. 해서 내가 사료를 퍼다 산에다 갖다 주지." 할머니에 따르면 녀석들이 마당 쪽으로만 오지 않으면 방울이도 산에서 밥을 먹고 머무는 것은 눈을 감아준다고 합니다. "저 녀석들이 사료 안 주면 줄 때까지 마냥 저러고 있어. 그러니 어째. 지팡이 짚고 내가 살살 올라가 사료 주고 오는 거지." 지난 여름 고관절을 다치신 할머니께서 산냥이들을 위해 지팡이까지 짚고 올라가 사료배달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할머니 덕분에 저 녀석들이 한마리의 낙오도 없이 저렇게 통통하고 반지르르한 것이었습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제가 할머니 댁에 사료 후원을 한 지도 어언 11년이 되었습니다. 11년 동안 변함없이 고양이를 돌봐주시는 할머니도 고맙고, 11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할머니댁 열댓 마리 고양이들 사료를 후원해온 나 자신에게도 오늘은 등을 두드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