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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Dec 14. 2016

이맘때 시골에서 유행하는 고양이 패션

고양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급식소에 온 고양이들이 너나없이 시커멓게 변했다.

하지만 놀랄 필요 없다.

이것이 바로 한겨울 시골고양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이다.

이른바 시커먼스 패션(아궁이 패션인가?)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한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고양이들은 

불을 때 따뜻해진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곤 한다. 

이때 아궁이 재와 그을음이 털에 묻어 시커멓게 변하는 것이다. 

노랑이와 삼색이는 거의 회색냥이로 보이고,

턱시도는 숫제 올블랙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이다.

녀석들이야 겨울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한 방편이겠지만, 

급식소에서 녀석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빵' 터지곤 한다. 

분명 안쓰러운 모습인데, 

그게 또 그렇게 웃길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불을 땐 아궁이는 찜질방처럼 밤새 따끈해서 

한겨울 추위를 견디고 몸을 지지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재 묻은 고양이 나무랄 필요 없다.)

비록 외모가 꾀죄죄해지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길고양이에게는 추울 때 춥지 않는 게 급선무이고,

배고플 때 배고프지 않는 게 급선무이다.

길고양이의 겨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게 급선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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