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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an 20. 2017

눈밭에서 호랑이 코스프레

잠시 폭설에 갇힌 '차가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한참 눈을 피해 앉아 있더니 폭설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처마 밑에서 나와 슬슬 장난을 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눈도 만져보고, 입으로 냄새도 맡고, 맛도 보고, 살짝 미끄러짐도 경험하고, 호기심이 참 많은 녀석입니다. 막상 눈을 경험해보니 보기보다 재미가 있다는 듯 녀석은 미끄럼을 타며 경쾌하게 지붕을 내려와 본격적으로 눈장난을 칩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신이 나서 눈길 우다다를 합니다. 이건 뭐 '똥꼬하이'가 아니라 '폭설하이'. 느닷없이 내달리다 풀쩍 대추나무로 점프를 해서는 공연히 나무를 흔들어 눈을 털어보고, 다시 풀쩍 내려뛰어 텃밭으로 향합니다. 가만보니 강아지만큼이나 아이들만큼이나 눈을 좋아하는군요. 눈길에서 우다다를 하던 녀석은 이제 눈이 수북하게 쌓인 텃밭으로 이동, 호랑이 코스프레를 합니다. 눈밭의 호냥이. 



녀석의 눈장난은 한참이나 계속되었고, 도리어 지켜보는 내가 슬슬 배가 고픕니다. 에라 모르겠다, 나 먼저 카메라를 철수하고 급식소로 들어가니, 이 녀석도 덩달아 장난을 멈추고 급식소 앞까지 따라와 잠시 숨고르기를 합니다. 그렇담 이 녀석 카메라를 든 나를 위해 한동안 열심히 연기를 한 걸까요? 우연의 일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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