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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Mar 17. 2017

감나무에 고양이가 주렁주렁

과거 전원할머니가 돌보던 전원고양이들이 있었다. 할머니댁 마당에는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전원고양이들은 이 두 그루의 나무를 거의 캣타워처럼 사용했다. 이 녀석들은 아깽이 시절부터 틈만 나면 나무를 타곤 했다. 나무타기가 일상이 되다보니 나무에서 장난을 치는 것도 녀석들은 일상으로 즐겼다. 한번은 노랑이 두 마리가 서로 먼저 나무에 오르려고 경쟁하는 장면을 오랜 시간 지켜보았는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만 보니 이 녀석들 그냥 나무만 타는 게 아니었다. 나무 3분의 2 지점쯤에 이르자 밑에 있는 녀석이 위에 올라간 녀석의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처음엔 한 손으로 늘어진 꼬리를 툭툭 치더니 곧이어 입으로 앙, 하고 꼬리를 물었다. 위에 올라선 녀석은 물지 말라고, 아래쪽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다.  

결국엔 두 녀석이 나무 위에서 서로 투닥투닥 주먹질을 했다. 나무 위의 신경전. 남은 세 발로 균형을 잡고 다른 한 발은 주먹질. 그건 고양이의 균형 감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난타전을 벌이던 녀석들은 난데없이 나 잡아봐라, 하면서 나무타기 시합까지 벌였다. 두 녀석이 투닥투닥 노는 꼴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마당에서 물끄러미 구경만 하던 또 다른 노랑이 한 마리도 갑자기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이제 감나무에는 세 마리가 서로 오르락내리락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자 또 마당에서 구경만 하던 고등어 녀석도 풀쩍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무려 나무 한 그루에 네 마리의 고양이가 다닥다닥 매달려서 장난을 쳤다. 그 중 한 마리는 감나무에 걸린 빨랫줄(줄이 끊어진)을 가지고 놀았다. 위에서 지켜만 보던 다른 녀석도 갑자기 빨랫줄 놀이에 동참했다. 그것을 잡아당기고 입으로 물어 깍깍 씹어보기도 하면서. 우리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깟 줄 하나가 뭐라고 녀석들은 나무에 올라 서로 줄싸움도 했다. 나무에 매달린 줄 하나만 있어도 녀석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잘도 놀았다. 흥미진진 폭소만발의 현장. 한편의 나무타기 캣쇼를 구경한 느낌이다.  

전원고양이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나는 이 녀석들의 나무 타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고, 숱하게 사진으로 남겼다. 더러 등산을 다녀오던 사람들이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발견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나무에 고양이가 주렁주렁 열렸네!” 구경꾼이 뭐라 하든 녀석들은 개의치 않았다. 현관을 열고 나온 전원 할머니는 녀석들이 기특하다는 듯 껄껄 웃었다. “저 녀석들이 칭찬을 하면 더 잘 놀아.” 그러면서 할머니는 “아이구 나무도 잘 타네!” 하면서 고양이를 응원했다. 여느 사람 같았으면 멀쩡한 감나무 상처낸다고 고양이를 혼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그런 녀석들을 대견스러워했다. “얘네들이 나무를 얼마나 잘 타는지 몰라요. 한번은 여섯 마린가 일곱 마리가 한꺼번에 저 나무에 올라가 주렁주렁 매달린 적도 있어.” 녀석들이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하늘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나는 그 그림 같은 풍경을 눈이 시리도록 구경했고, 손가락 아프게 찰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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