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원불교 교당 뒷마당에 동백이 붉다. 턱받이가 노랗게 부푼 동박새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동백꽃 사이를 드나든다. 어떤 꽃은 동박새 부리가 닿기도 전에 투둑, 하고 떨어진다. 아침에 살풋 내린 가랑비에 낙심한 듯 져버린 동백으로 교당 뒷마당은 꽃천지가 되었다. 골목을 돌아나온 골바람에도 투욱 툭 동백이 진다. 봄이 서러워 울고 싶은 마음처럼 뚝뚝 동백이 진다.
송이째 툭하고 떨어지는 동백은 지고 나서도 빛깔이 곱다. 어떤 고양이는 동백이 진 자리에서 붉게 운다. “꽃이 지기로소니 사료가 없을소냥!”“나 보기가 귀여워 오실 때에는 말없이 사료 가득 가져오라냥!”아무리 울어도 대답이 없자 이번에는 세 마리 고양이가 합창을 한다. “밥 주는 집사는 상기 아니 일었느냥. 문 너머 사료 빈 접시를 언제 채우려 하냐옹!”
고양이들의 합창을 듣기라도 한 걸까. 어느 손이 예쁜 할머니가 빈 그릇마다 사료를 붓고 돌아선다. 여태 기다린 고양이들의 꼬리도 승천할 기세다. 노랑이 두 마리가 각자 한 그릇씩 차지하고 밥을 먹는다. 뚝뚝 떨어진 동백꽃 너머로 까드득 까득 고양이 밥 먹는 소리 울려 퍼진다. 아름다운 동백 식당이다. 뒤늦게 턱시도도 한 마리 지친 묘생을 끌고 와 밥을 먹는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고 꾸역꾸역 밥을 삼킨다.
저녁 무렵에 한 번 더 교당에 들렸더니 밥을 먹고 나온 삼색이 한 마리가 동백꽃만큼 고운 자태로 앉아 있다. 아침에도 만난 노랑이는 저녁까지 이곳에 머물며 동백꽃 지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녀석은 까무룩 계단에서 단잠을 자다가 동백이 질 때마다 귀를 쫑긋거린다. 그렇게 붉은 동백 너머로 고양이들도 아득하게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