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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Aug 03. 2018

고양이와 프레젠테이션을...

“가끔 나는 이런 상상을 한다. 무대는 어떤 회사에서 레이저 포인터로 화면을 비추며 기획안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이다. 대리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긴장한 표정으로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화면을 비추고 있고, 딱딱한 표정의 중역들은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발표회장에 난입, 화면을 가리키는 붉은 점을 향해 펄쩍펄쩍 뛰어오른다. 대리는 발표중인 것을 까맣게 잊고 자기도 모르게 레이저 포인터로 고양이와 놀아 주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한층 더 신이 나서 야옹야옹 붉은 점의 행방을 좇아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때 갑자기 정신을 차린 대리가 ‘아참, 내가 프레젠테이션 중이었지’하며 앞을 바라보는데, 중역들이 헤벌쭉 냥덕의 표정이 되어 너도 나도 주머니를 뒤지더니 소시지며 간식 같은 것을 꺼내 고양이에게 던져주는 거다. 심지어 어떤 중역은 넥타이를 풀더니 고양이 낚싯대처럼 그것을 흔들며 고양이보다 더 열심히 놀고 있는 거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화기애애하게 기획안이 통과되고, 고양이는 중역들의 추천으로 회장 비서실에 스카웃되어 온종일 꾸벅꾸벅 조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게 된다.” -- 『당신에게 고양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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