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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Aug 15. 2018

벽지 뜯어 드려요

“고양이가 자꾸 벽지를 뜯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똑같은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벽에다 아예 벽걸이 스크래처를 걸고 캣닙을 살짝 뿌리면 좋아해요. 혹은 골판지 스크래처를 사주세요. 벽지와 느낌이 비슷해서 도움이 될 겁니다. 예, 제가 그렇게 해봤고, 실패했습니다. 차라리 방법은 없습니다. 벽지를 완전 제거하고, 맨 벽에 페인트를 칠하세요, 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집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가요? 작업실은 그야말로 귀곡산장이 되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하루는 고양이들보다 더 과격하게 벽지를 뜯어내고, 정말로 페인트를 칠해버렸다. 뒤에서 루와 니코는 실눈을 뜨고 ‘지금 뭐 하는 짓이지?’ 하면서 노려보았지만, 아내는 아랑곳없이 작업실에 페인트를 칠해 양호실처럼 만들어버렸다. 보기에도 인간적으로는 양호해졌습니다만, 고양이적으로는 불만이 많은 듯하다. 벌써 루의 발톱에는 하얀 페인트가 묻어서 기분이 별로인 듯 다른 곳을 물색중이다.” __『당신에게 고양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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