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빛과 소금이 걱정스러운 이유
안 읽을 책을 사놓은 사람을 빗대는 밈
신간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가자지구 전쟁의 진실>을 열심히 쓰다가 집중력이 딸려서 브런치로 잠시 돌아왔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흥행한 밈이 있습니다. 어느 출판사가 홍보 부스에 붙여둔 글인데요. 뉴스에도 나왔죠.
Q. 안 읽는 책을 사놓는 사람을 부르는 말은?
오답: 지적허영
정답: 출판계의 빛과 소금
출판시장이 쇠락해 가는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회사 먹여 살려주는 독자들이 반갑다는 솔직한 마음이 가득 담긴 표현입니다. SNS에서 널리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이 찬반토론을 벌였습니다. 저는 쓰레드에서 이런 논쟁을 읽었는데, 문제를 제대로 짚어낸 사람이 없는 듯하여 브런치에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수집하는 취미는 고래로부터 이어져 온 유구한 전통입니다. 과거에는 책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부를 자랑하려고 수집하기도 했고요. 그러니 지적허영심이든 뭐든 책 수집하는 걸로 비판할 필요는 딱히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음식을 시켜서 사진만 찍고 버리고 가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게다가 음식점 사장님이 그런 사람을 "우리 가게의 빛과 소금입니다"라고 칭송하면 어떨까요? 음식 모독이나 낭비라는 비판이 쇄도하겠지요? 음식은 옷이나 장난감과 같은 단순 소비 상품이 아니라 특별한 '사회적 가치'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어떻습니까. 책은 사회와 국가의 바람직한 성장을 견인할 가치를 인정받는 면세 상품입니다. 그런데 출판계가 책을 장식용으로 홍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책의 가치는 떨어지고 독서문화는 더욱 쇠퇴할 겁니다.
본질을 잊지 맙시다. 안 읽을 책 사놓고 당당하게 빛과 소금 운운하는 게 아니라, 읽어보고 싶은 책들로 가득한 서재를 꾸미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사야 합니다. 그래서 서재 한편에서 안 읽은 책을 발견할 때마다 '아, 내가 아직도 이걸 안 읽었구나.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하는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게 올바른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