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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Apr 17. 2024

씨름

엄마와 아이는 매일매일 씨름을 한다. 



씨름판 모래 위에서 한다면,

정정당당할 것 같은데



매일매일 정정당당하지 못한 

씨름을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샅바를 매 줄 수 있다면, 

그나마...

아이를 존중하는 엄마인 것 같다.



엄마가 아이의 샅바를 움켜 잡는 순간, 

엄마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커를 순식간에 

읽어낸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기도 하고, 

사뿐히 내려놓기도 하고, 

패대기치기도 한다. 



아이가 엄마와의 씨름판 밖에서 만날 

다른 누군가와 씨름할 아이를 훈련한다는 마음으로...



어느 날, 

아이의 눈에 엄마의 샅바가 들어오고, 

아이도 엄마의 샅바를 힘껏 움켜 잡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엄마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읽어낸다. 



'사랑해'라는 데이터만 빼고...



'사랑해'라는 데이터는 아이가 읽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보여주어야 하는 데이터 같다.  



아이는 다른 누군가와 만날 또 다른 씨름판에 대한 두려움보다

엄마와 함께 있는 이 씨름판의 두려움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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