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간다고 암마가 인도식 케이크를 구워주셨다. 대략 지름이 50센티쯤 되는 아주 큰 케이크였다. 무려 세 판이나 구워주셨다.
인도에서 받았던 사랑들에 감사하다. 나는 한국에서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었나. 귀찮다고 생각하거나 친절한 미소 한번 짓지 않은 사람 아니었나. 낯선 곳의 따뜻한 환대로 열흘 동안 정이 꽈악 들어버렸다.
웃어주지 마요. 정드니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했던 인도여행. 서울은 분명 인터넷도 잘 되고 교통시설도 좋고 말도 잘 통하는 도시이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는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나는 또 서울토박이라 더 그래. 눈 앞에 보이는 세미한 일에만 전전긍긍 매달리고. 자연과 사람들, 보다 큰 것들을 보게 되었다. 핸드폰으로는 카톡 정도만 읽을 수 있는(카톡전송은 계속 실패!) 와이파이가 아주 가끔씩만 허락되는 이 곳에서 활자 하나하나에 매달리기보다 더 큰 것들을 만끽하고 채워가며 행복해했다.
생명들. 해충박멸업체로 인해 바퀴, 개미라곤 흔적도 보이지 않는 서울. 비가 와도 지렁이가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토양. 인도에서는 그 생명력을 흠뻑 맛보았다. 집 안에는 뱀이 살고, 방 안에는 도마뱀이 돌아다니고, 개미가 인간과 음식을 공유하고. 그렇게 우리는 지구에 붙어 사는 공동체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여자 혼자 어디 가면 안 된다고 새벽 영화관까지 기꺼이 동행해주던 비조이. 기차는 위험하다고 델리에서 트리반드룸으로, 그리고 에르나꿀람까지 와 준 암마, 압바. 분명 잊을거야 나는. 또 아등바등 살아가겠지. 그렇지만 이 기억이 희석되기 전에 계속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지. 너무 흔하고 가치가 떨어진 말이지만 그래도 사랑. 단단하고 기분좋게 따뜻한 인도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