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역사 (신의 탄생과 정신의 모험) - 카렌 암스트롱
같은 신을 숭배하지만 가장 치열하게 싸워 온 세 종교가 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종교처럼 보이지만 이 세 종교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다. 신의 역사는 이 유일신 신앙의 계보를 따라가며 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태초에 인간은 만물의 제일 원인이자 하늘과 땅의 통치자인 신을 상상했다. 그 신은 형상으로 표현할 수 없었고 그를 섬기기 위한 신전이나 사제도 없었다. 인간의 숭배를 받기에는 지나치게 존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은 점차 인간 기억에서 멀어졌다. 신이 너무 멀어지자 사람은 더 이상 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게 되었고 결국 신은 사라진 존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인간은 다시 신을 만들었다. 시대마다 필요에 맞는 신을 만들어냈다. 이 책의 목적은 신의 존재 여부를 따지는 데 있지 않다. 인간이 신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그 사유의 역사를 살피는 데 있다.
신이라는 개념이 언제 인간 사회에 자리 잡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긍정이든 부정이든 인간 삶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개념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저자가 내리는 결론 역시 단순하다. 신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는 인간적 노력의 산물이다. 신의 개념은 현실 속에서 작동하지 못하면 곧바로 변한다. 때로는 급진적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종교는 인간에게 위로와 의미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갈등과 폭력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같은 신을 믿는 사람 사이에서도 교리 해석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이 벌어졌고, 다른 신을 믿는 사람은 쉽게 적이 되었다. 신의 이름은 사랑과 자비를 말했지만, 역사 속에서는 박해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종교는 또한 인간의 질문을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신의 뜻이라는 말은 때때로 의심과 토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묻기보다 이미 정해진 답을 따르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종교가 정치와 결합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신념은 곧 권력이 되고, 권력은 다시 신념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종교는 개인의 내면을 위한 신앙이 아니라 집단을 움직이는 도구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 역시 신의 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신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보게 된다. 처음 신은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번개와 폭풍, 가뭄과 홍수 같은 힘을 인간은 초월적 존재로 상상했다. 이후 농경 사회가 자리 잡으면서 풍요와 번영을 관장하는 지모신이 나타났고, 자연 만물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다신 숭배도 등장했다.
이 흐름 위에서 ‘야훼’라는 유일신을 공통 뿌리로 둔 세 종교가 차례로 등장한다. 기원전 6세기 이스라엘에서 쫓겨나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유대인은 민족을 하나로 묶기 위한 공통의 언어로 유일신 신앙을 발전시켰다.
이후 예수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기독교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유대교의 이단 분파로 경멸받았지만 제국으로 성장하던 로마의 이해와 맞물리며 빠르게 세력을 넓혔다. 신비주의 종교의 복잡함과 비타협적 금욕주의에서 벗어난 도시적이고 세련된 종교라는 인식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가장 늦게 등장한 이슬람교 역시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최고신 알라가 유대교와 기독교가 섬기는 신과 동일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다른 민족에게는 예언자와 경전이 전해졌는데 아랍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불편하게 여겼다. 결국 610년 신의 계시가 아랍어로 전해졌고 그 말씀이 모여 『쿠란』이 완성됐다.
세 종교의 근원인 야훼가 잔인하고 편파적인 신앙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된 점을 문제 삼는다. 성경 속 야훼는 충성을 시험하기 위해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고 모세와 이스라엘인을 해방한다는 명목으로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린다. 이런 사상은 각 종교 안에서 ‘신이 우리를 선택했다’는 선택 신학으로 이어졌다.
신앙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에 특히 번성한다. 멸망의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이 궁지에 몰린 자아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을 찾기 때문이다. 전염병과 전쟁, 기후 위기 등 이전 세대가 종말이라고 불렀을 법한 사건이 반복되는 오늘날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믿음이 근본주의 형태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경고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박해와 학살 역시 종교와 종교라는 자유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이 지점에서 스피노자의 생각이 떠오른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었다고 해서 늑대가 악하고 양이 선한 것은 아니다. 늑대가 악하게 보이는 것은 오직 양치기 눈에서뿐이다. 인간은 모든 일을 자신이 설정한 목적에 맞춰 판단하려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세계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도 같은 착각에서 비롯된다.
결국 인간은 언제나 시대마다 입맛에 맞는 신을 만들어왔다.
신을 만든 것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만들어진 신은 다시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오!
신이여.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소서.
그럼, 저도 당신의 큰 잘못을 용서해 드리겠나이다.
— 로버트 프로스트
—신의 역사 (신의 탄생과 정신의 모험) - 카렌 암스트롱
덧_
1993년 출간 당시 38개 언어로 번역됐고 국내에는 1999년 처음 소개됐다. 이번 판은 기존 번역의 오역을 바로잡고 누락된 내용을 보완한 전면 개역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