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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감시하는 사회

by 이필립

감시의 효율성과 위험 사이의 균형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 개개인의 책임이자,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규제와 감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유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유를 위한 감시인가, 자유를 억압하는 감시인가


감시는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시스템처럼 보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불법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더욱 엄격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 시스템이 절대 권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권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할 가능성이 크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탐욕에 휩싸이면 결국 사회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효율성과 질서를 명분으로 감시 체계가 강화될수록,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는 점점 위축될 것이다.


2040년, 미래 사회를 가정해 보자. 정부는 신호위반, 과속, 난폭운전 등 불법 운전을 근절하고 도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차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자동차 블랙박스는 물론, 차량의 위치, 속도, 탑승자 정보까지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정부는 더 이상 속도위반 카메라나 감시 카메라를 도로 곳곳에 설치할 필요가 없다. 모든 차량이 자체적인 감시 장치가 되어, 실시간으로 위반 행위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일 수 있다.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도난 사건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법 집행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시 시스템이 악용될 경우, 사회는 극단적인 통제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이러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면, 모든 시민은 24시간 감시당하는 삶을 살게 된다.


감시의 위험: 권력의 오남용


정부는 언제나 감시 시스템이 악용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이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켜 왔다. 감시 기술이 발달할수록 시민들은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점점 더 많은 자유를 포기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자유의 양보가 한 번 이루어지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력자가 감시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 기관, 특정 기업, 개인들이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반대 세력을 억압하거나, 특정 계층을 차별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감시는 단순한 범죄 예방을 넘어 개인의 사고와 행동까지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효율성만이 기준이 될 수 없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단순한 효율성으로만 평가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 자율성, 사적 공간의 보장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모든 것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체계가 구축되면, 우리는 법과 질서가 완벽하게 유지되는 사회에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효율성을 이유로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시민들의 자유를 서서히 잠식하고, 사회를 감시와 통제의 구조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감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감시는 최소한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감시가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는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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