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양자컴퓨터,

비트코인

by 이필립

‘양자 컴퓨터가 등장한다면 비트코인은 무너질까? ’


이 질문은 비트코인 회의론자와 옹호자 모두에게 던져져 왔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답은 단순하다. 비트코인의 보안성은 해시 함수와 전자서명 체계 위에 서 있으며, 양자 컴퓨터는 그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기술적 논리만으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기술과 수학의 차원을 넘어 사회와 인문학적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기술적 관점: 양자 컴퓨터가 가져올 위협


비트코인의 핵심은 위변조 불가능성이다. 이는 SHA-256 해시와 타원곡선 전자서명(ECDSA)을 통해 보장된다. 그런데 양자 컴퓨터가 실현된다면 쇼어 알고리즘을 통해 현재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즉, 공개키로부터 개인키를 추론하거나, 해시 문제를 기존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가 불분명할 뿐, 이론적으로는 비트코인이 기술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기술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해서, 실제로 그 가치와 질서가 곧장 붕괴하는가?


역사 속 사례: 논리보다 우위를 점한 합의와 힘


첫 번째 사례는 2016년 이더리움의 다오(DAO) 해킹 사건이다. 원칙대로라면 블록체인은 한 번 기록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이더리움 재단은 해킹 이전으로 데이터를 되돌리는 롤백을 단행했다. 이는 블록체인의 무결성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흥미롭다. 원칙을 지킨 이더리움 클래식보다, 롤백을 감행한 이더리움이 훨씬 더 큰 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술적 무결성보다 사회적 합의와 네트워크 효과가 우위를 점한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달러의 변모다. 애초 미국은 금 보유량에 따라 달러를 발행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현실은 달랐다. 금보다 훨씬 많은 달러가 발행되었고, 이는 금본위제를 붕괴시켰다. 논리적으로 달러는 무너졌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전 세계에 깊숙이 자리 잡은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어갔다. 기술적·논리적 원칙보다 정치적·경제적 필요와 집단적 선택이 앞섰던 것이다.


세 번째 사례는 일본의 전범 처리다. 전쟁의 최고 책임자는 일왕이었지만, 미국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일본 사회가 일왕을 신적 존재로 여겼기에 제거한다면 사회적 혼란이 극대화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범을 살려둔 채 질서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논리적 정의보다는 현실적 안정을 택한 선택이었다.


비트코인의 미래: 기술과 합의의 이중 구조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준다. 세상은 반드시 논리와 기술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비합리적 선택, 때로는 정치적 타협, 그리고 무엇보다 집단적 합의가 질서를 유지한다.


비트코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자 컴퓨터가 등장해 현행 암호 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글로벌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새로운 양자내성 알고리즘으로 체계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합의로 기존 비트코인을 보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미 수많은 개인과 기관이 보유한 자산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릴 리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비트코인을 지탱하는 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 기술은 본질이지만, 생존은 합의다


양자 컴퓨터가 비트코인의 기술적 본질을 위협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단순한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전 세계 수억 명의 참여자와 투자자, 그리고 거대한 금융 네트워크가 얽힌 시스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가 보여주듯, 원칙이 무너져도 질서는 유지될 수 있다. 달러가 금본위제를 벗어나도 살아남았듯, 이더리움이 무결성을 훼손해도 더 성장했듯, 비트코인 또한 기술적 도전을 사회적 합의로 넘어설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의 운명은 양자 컴퓨터가 아니라, 인류가 무엇을 가치로 삼고 지켜낼지를 결정하는 집단적 선택에 달려 있다. 기술이 본질이라면, 합의는 생존이다. 그리고 역사는 언제나 생존을 선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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