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가치 없는 이유

비트코인

by 이필립


신뢰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기술


기술의 가치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기술은 신뢰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특히 금융·행정·군사와 같이 고도의 신뢰가 요구되는 영역에서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신뢰를 대신 떠맡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볼 때 블록체인 기술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진다.


일반적인 시스템은 운영자를 전제로 한다. 은행 시스템을 예로 들면, 사용자는 전산망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영·감독하는 기관을 신뢰한다. 즉 신뢰의 주체는 시스템이 아니라 운영자다.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신뢰의 대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적용한 시스템은 다를까? 흔히 블록체인은 “신뢰가 필요 없는 기술”이라 불리지만, 이는 개념적 착각에 가깝다. 블록체인은 해킹이 어렵게 설계된 구조일 뿐,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네트워크 장악, 합의 왜곡, 키 탈취, 구현 취약점 등 공격 경로는 언제나 존재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 송금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외형상 거래 기록은 분산 저장되고 위·변조가 어렵다. 그러나 사용자는 여전히 지갑 서비스 제공자, 노드 운영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체를 신뢰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는 것도 결국 특정 주체다. 즉 신뢰는 여전히 사람과 조직에 귀속된다.


이는 금융이나 군사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군사 통신망 역시 해킹이 극도로 어렵게 설계되어 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않고, 관리 체계·감사 구조·권한 분산을 신뢰한다. 블록체인도 이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없다.


그 결과,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만큼의 추가 신뢰”를 제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성능 저하, 비용 증가, 책임 구조의 불명확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중앙 데이터베이스로 충분히 해결되는 문제에 굳이 블록체인을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지난 10여 년의 결과로 증명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수많은 실험과 시범 사업에 활용되었지만, 국가 핵심 인프라나 대형 금융 시스템의 표준이 된 사례는 없다. 대부분은 PoC(개념 검증) 단계에서 멈췄고, 실사용 단계에서는 기존 구조로 회귀했다.


결론은 명확하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신뢰의 대상에 머무는 기술은 기존 시스템 대비 명확한 효용을 증명해야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기술은 신뢰를 대체하지 못하며, 신뢰를 대체하지 못하는 기술은 구조를 바꿀 힘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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