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각의 외주화가 불러온 창의성의 몰락, 우리는 지금 ‘진짜’인가?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AI와 공생한다. 단순한 검색을 넘어 이제는 기획안을 짜고, 그림을 그리며, 복잡한 코드까지 AI에게 맡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소위 각 분야의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까지 AI의 결과물에 열광하며 그 답변을 정답처럼 수용한다. 하지만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섬뜩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바로 인간의 ‘사고 과정’이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우리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이를 자신의 가치관이라는 체에 걸러내어, 고통스러운 선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AI에게 질문(Prompt)과 목표만 던져주면 결과물은 몇 초 만에 쏟아진다. 문제는 이 결과를 받아 든 인간이 그 과정에 대해 단 일 초도 고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결과물을 두고 ‘왜 이런 답이 나왔는가’에 대한 비판적 사유가 사라진 자리를 AI의 연산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 집단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우려스럽다. 초보자가 학습을 위해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업(業)의 본질을 꿰뚫어야 할 전문가들조차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그대로 복제하여 사용하는 ‘복사 및 붙여 넣기’의 굴레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던 이들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들이 기존에 해왔던 작업이 사실은 깊은 통찰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기존의 데이터를 보기 좋게 짜깁기했던 수준이었음을 AI라는 거울이 비추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전문가는 호기롭게 장담했다. "AI가 논리적인 일은 대신할 수 있어도,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의성’만큼은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AI는 예술, 문학, 디자인 등 가장 창의적이라고 믿어왔던 분야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숙이 파고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숭상했던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이었나? 사실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믿었던 많은 활동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방대한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조합하고 최적의 패턴을 찾아내는, 즉 ‘컴퓨팅’이 가능한 논리의 영역이었을 뿐이다. 인간이 창의라고 믿었던 지점이 사실은 기계가 가장 잘하는 ‘확률적 계산’의 영역이었음을 AI가 증명해 버린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라는 호칭은 이제 위태롭다. 기존의 방식, 즉 남의 것을 적당히 편집하고 가공하여 전문가 행세를 하던 이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AI가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그 일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전문가는 AI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AI가 내놓은 수만 가지의 결과물 속에서 ‘인간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철학으로 결과를 교정하며,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AI라는 도구 뒤에 숨어 사고의 게으름을 즐기는 ‘복제업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AI의 논리가 닿지 않는 인간 내면의 심연을 탐구하는 ‘진정한 사유자’가 될 것인가. 생각이라는 과정을 생략한 전문가는 더 이상 전문가가 아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은 결괏값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고뇌하고 선택하는 인간의 ‘의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창작자와 전문가들이 다시금 펜을 잡고, 마우스를 멈추며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당신의 결과물에 당신의 ‘생각’이 단 1%라도 섞여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자리는 이미 AI에게 예약되어 있다.